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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Dec 23. 2015

바느질 취미를 창업으로! 여성스타트업기업

용기와 끈기로 ‘비단바늘’ 여성창업가 신지현, 조선주

 '경력단절여성' 뒷맛이 씁쓸해 내가 싫어하는 단어다. 정부기관에서 쓰기 시작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어느새 보통명사가 돼 버렸다. 시간이 촘촘히 이어진 게 삶의 이력일 텐데 어찌 '단절'이 될 수 있을까? 

 

 그러다 가끔씩 '단절'을 '이음'으로 만들어 나가는 여인네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덕담을 건네고 용기를 팍팍 주고 싶다는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하기도 한다.

 3040 여성들의 인생 숙제는 육아다. 커리어가 스톱되는 주 요인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를 초등 4~5학년 즈음 키워 인생 숙제를 마무리할 즈음, 뒷전으로 던져둔 본인의 커리어를  재설계하려는 여성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본다.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할 뿐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애물을 넘다 힘이 달려 주저앉은 사람, 가끔은 '오뚝이 정신'으로 뚜벅뚜벅 자기 길을 내는 사람들까지 자기 삶 속의 내재된 에너지 강도에 따라 지구력은 제각각이다.  

 

'비단바늘'의 신지현, 조선주씨는 무소처럼 우직하게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드문 여인들이다. 그들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는 건 그들의 끈기, 용기 때문이다.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비단바늘'. 유기농 면소재 배냇저고리, 앙증맞은 여자아이 드레스, 손자수로 멋스러움을 더한 조끼, 디자인이 독특하 광목 앞치마... 탐이 나는 수제 의류, 아기 옷, 생활 소품을 판매하고, 교육하는 공방이다.

 한 명은 푸근하고 또 다른 한 명은 화통한 두 여자는 '동업'으로 2014년 3월 스타트업기업의 공동 CEO가 됐다. 물론 준비와 고민의 시간은 길고 촘촘했다.

 신지현씨의 과거 이력은 뮤지컬, 오페라 극단의 무대 의상 담당자. 틈틈이 전통매듭, 염색까지 여기저기 수소문해 익힐 만큼 '맵씨 있게 손 쓰는 일'을 좋아했다.

 다섯 살 아래 조선주씨는 전직 유치원 교사. 천성적으로 수공예를 좋아하는 그는 홈패션, 퀼트, 규방공예, 야생화자수까지 취미로 배웠다.

 아이 키우느라  두 사람 모두 무대 의상 담당자, 유치원교사란 각자의 현역에서 잠시 물러나 살다가 서울시 무료 직업훈련기관인 동부기술교육원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취미로 했던 양재를 패턴 제작부터  차근차근 익히고 싶은 욕심에 1년 과정의 의상디자인학과 문을 두드렸다. 체계적으로 봉제 기술을 익힌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창업에 도전했다. 동기생 44명 중 창업의 고해에 배를 띄운 건 두 사람이 유일했다.

 둘이서 창업자금 1천만 원을 모아 아파트 상가에 공방 겸 판매장을 냈다. 아이템은 오가닉 코튼, 무명, 광목, 린넨, 모시 같은 자연소재에 전통 디자인을 접목한 핸드메이드 의류와 생활 소품을 주력 아이템으로 정했다. 디자인 개발, 상품 제작, 판매까지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의욕은 넘치고 기술은 있으나 경영이 미숙한 두 사람은 정부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인근의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찾아 자문을 청했다. 두 사람의 열성 덕분에 사회적경제 인큐베이션 업체로 선정되면서 마케팅, 홍보, 세무, 회계 전반에 걸친 교육부터 경영 컨설팅, 자금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옷과 생활 소품 만드는 기술만 있었던 우리가 경영의 ABC를 배울 수 있었지요.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면서 핸드메이드 공방 수준의 ‘가게’가 아니라 ‘기업’을 목표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라고 선주씨가 솔직하게 말한다. 


 전문가 컨설팅을 받으며 사업 아이템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홍보, 마케팅, 세무, 회계 등 분야별 멘토링은 중요합니다. 창업 당시에는 제품 생산, 판매만 염두에 두었는데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자수, 옷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특히 유치원 교사 출신이라 티칭 노하우가 있는 선주씨가 적격이지요. 실제로 매출액의 절반이 강의에서 나옵니다." 지현씨가 말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장점을 살린 강의 프로그램들을 짜 요일별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후 중소기업청 지원 프로그램인 2014 맞춤형 창업 지원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한 달 꼬박 서류를 준비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사업자로 선정돼 4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자본이 넉넉지 않은 소자본 창업자 입장에서 이 같은 정부지원금은 천, 부자재, 재봉틀을 구입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됐고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동업은 뜯어말리고 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업 초보자들인 두 사람은 오히려 동업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둘이라서 용감하게 저지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품 개발, 교육 진행, 마케팅, 홈페이지와 홍보전단 제작 등 할 일이 산더미인 초창기에 서로 도와가며 시행착오를 줄이며 기반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었고요. 둘 다 초중생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라 출퇴근 시간을 서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라고 선주씨가 덧붙인다.

 


 아파트 상가 한 켠에 마련된 자그마한 비단바늘 매장 겸 공방은 두 여자의 꿈 공작소다. 크고 작은 마네킹들은 세상의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옷을 입고 있다. 공업용 재봉틀 한 옆에는 패턴, 재질이 다채로운 천과 부자재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두 여자가 머리를 맞대고 시제품 아이디어 회의하고 재봉틀 돌리며 수강생들에게 양재, 자수를 가르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그러면서 온라인 쇼핑몰 오픈하고, 뜻이 통하는 여성들 한데 모아 마을기업까지 염두에 두고 더디지만 꾸준히 전진해 나가는 중이다. 경력단절이란 사회가 붙여준 꼬리표를 떼고 힘겹지만 장애물 하나씩 넘으며 자기 경력을 스스로 쌓아나가는 두 여자가 내 눈에는 파워풀해 보였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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