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영상 크리에이터 속속들이 인터뷰
스토리라이터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요즘은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검색을 더 많이 하지요. 3~5분 이내 짧은 호흡으로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 구성, 영상 문법이 좀 다르지요.
이 가운데서 독특한 영상 스타일은 꼼꼼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이치호 감독의 여행 영상이 그랬고 볼수록 인물이 궁금해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유튜브 검색 중 우연히 클릭하다 만나게 된 여행 영상 'Just Go'. 여느 여행 콘텐츠와는 결이 달랐다. 풍광, 맛집, 역사 같은 여행지 정보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며 현지 에피소드나 이방인들과의 인연, 개인적인 소회가 곁들여지는 게 여행 프로그램 구성의 정석인데 이걸 깡그리 무시했다.
영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자주 움직이고 구도가 틀어지는 건 다반사인데 이런 촬영본을 스피드하고 감각적으로 이어 붙여 집중하게 만드는 편집 솜씨가 돋보였다. 재미있는 건 비춰지는 영상의 중심은 ‘여행지’가 아닌 ‘여행자’였다. 게다가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내레이션은 중독성이 있어 그가 만든 다른 영상들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치호 감독. 요즘 부상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중에서 영상의 색깔과 분위기가 달랐다.
‘영상 콘셉트를 어떻게 차별화했나?’,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본인의 사생활을 셀카 찍듯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나?’, ‘내레이션이 자연스럽다. 터득한 노하우는 무엇인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인터뷰했다.
카메라와 놀며 자란 영상네이티브의 감성은?
30대 중반의 그는 촬영하고 편집해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 영상놀이인 듯싶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캠코더를 가지고 거리를 활보하며 셀카를 찍으며 ‘놀았다’고 말하는 그는 내가 볼 때 ‘영상 네이티브’였다.
게임기 가지고 놀 듯 어릴 때부터 카메라로 일상을 찍던 습관 덕분에 그는 캠코더, 스마트폰, DSLR 같은 촬영 기기를 자유자재로 만진다.
스마트폰 들고 셀카 동영상을 찍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자 기꺼이 시연을 해주었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나름대로 터득한 각도로 시선을 맞춰 포즈를 잡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한 손으로 촬영해도 영상에 손 떨림이 없었고 카메라 렌즈의 어느 부분과 눈 마주쳐야 시선 처리가 매끄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두리번거리면 시청자 역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셀카 영상을 많이 찍다 보면 시선 처리는 자연스러워진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카메라와 시선 맞추기다.
어릴 때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많이 들었고 유튜브 무료 음원도 거의 섭렵했다고 한다. 이런 음악에 대한 식견, 감각이 영상 편집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영상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리겠다는 필이 바로바로 온다. 내 경우는 음악이 리듬감 있는 편집에 도움을 준다.”
그가 제작한 여행 영상은 현란한 효과, 자막 없이 정직한 컷 편집 위주로 이뤄졌는데 적절하게 완급을 주는 리드미컬한 편집이 포인트다.
내레이션, 많이 해보면 자기 스타일 찾아진다
내레이션은 무조건 많이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정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도 처음에는 어색했다. 말하는 게 아니라 책 읽듯이 했다. 억양 바꿔가며 목소리 톤과 포즈에 신경 쓰고 감정을 실어가며 계속 반복 연습을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그가 보여준 다이어리에는 틈틈이 적은 대본이 빼곡했다. 내레이션 시연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연습의 시간이 어림짐작 됐다.
그는 영상제작을 독학으로 배웠다. 촬영, 편집, 대본 쓰기, 내레이션까지 본인 스타일대로 익혔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대로 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통상적인 영상 포맷에 맞춰 제작하는 데 취약하고 본인 또한 그런 콘텐츠 제작을 원하지도 않고 만들지도 못한다고 고백한다.
유럽, 호주, 미국, 아프리카를 돌며 찍은 여행 영상은 자신과 그의 아내가 현지에서 먹고 보고 느낀 리얼한 소감과 행동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여행지 정보는 인터넷과 미디어에 널려있고 또 현지에 직접 가서 경험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여기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불러일으키면 된다는 게 그의 콘텐츠 콘셉트다.
여행콘텐츠의 공식 문법 깨트리다!
1인 크리에이터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인간의 본능적인 관음증 때문이 아닐까? 이치호 감독이 만든 여행 콘텐츠 ‘Just Go'에는 이런 관음증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는 분명 아마추어 영상제작자인데 스스로 개척해 본인만의 스타일로 정착시킨 투박한 영상 속에 독특함이 숨어있다.
재미있는 건 영상 속에 비춰지는 그와 실제로 만나 이야기 나눠본 그가 다르게 와 닿는다는 점이다. 거침없고 활동적인 영상 속 모습과 부끄러움 많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서툰 그. 현실 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영상이란 매체를 택했고 계속 경험을 축적하다 보니 1인 크리에이터란 타이틀을 얻게 된 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역시 영상 제작을 통한 수익 부분은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취미가 업이 되는 건 스타급 1인 크리에이터를 제외하고는 공통의 고민사인 듯싶다.
그를 인터뷰하며 떠올린 핵심 키워드를 머릿속에 정리해 보았다. 영상은 무조건 많이 만들어 보고 온라인에 노출시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는 점, 판에 박힌 영상 포맷에서 벗어나 계속 ‘낯설게 만들기’를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