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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라이터 Sep 30. 2015

목표 향해 직진하는
화살표 같은 글쟁이

 여행작가에게 배운 글의

궁금한 건 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홍대 앞 개인 사무실을 글쓰기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온라인 게시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누굴까? 글의 전후와 맥락을 살펴보니 주인공은 평생 글밥을 먹는 자유기고가 겸 남자 작가로 삶의 철학이 독특한 사람이었다. 궁금함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나는 만남을 청하는 이메일을 그에게 보냈고 홍대 앞 사무실에서의 첫 만남은 성사됐다. 


글쓰기 선배인 그에게 여러 가지 글팁을 얻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헤어졌다. 2012년 무렵의 일이다. 글쓰기에 대처하는 진지한 그의 자세는 늘 여운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글쓰기 강의를 부탁할 일이 생겨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사이 작정하고 글쓰기 위해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그는 고맙게도 스케줄을 조정해 가며 비행기 타고 먼 길을 달려와 주었다. 이영근 작가가 바로 주인공이다.     

 

차돌멩이처럼 단단한 사람, 본인이 정한 목표를 향해서 쉼 없이 직진하는 화살표 같은 사람, 그러면서도 한 꺼풀 벗겨내면 수줍은 듯 보드라움을 꽁꽁 숨기고 사는 사람. 이영근 작가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 내 마음대로 그린 이미지들이다.


 국문과를 나온 뒤 굵직굵직한 여성지들의 에디터 겸 취재기자를 거쳐 독립한 후에는 발행인, 그리고 여행 작가, 출판기획자까지 평생 글밥을 먹고 있는 그다. 지금은 소설가라는 이력을 더하기 위해 제주도로 거쳐를 옮겨 스스로 글 수행을 하는 중.  



원고 머신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수줍게 말하는 하루에 한 문장만 쓰자는 다짐


‘하루에 한 문장만이라도 쓰자’며 스스로를 한참 닦달하고 있는 중이라며 머쓱하게 그는 웃었다.

 한 달에 기획기사 40 꼭지를 진행하고 하루 2 꼭지 기사를 너끈히 써 내려가며 아침에 청탁받은 글을 오후에 마감해 ‘원고 머신’이란 별명이 붙은 주인공이 ‘하루에 소설 한 문장이라....’ 내심 재미있었다.  


 그가 정리한 글쓰기 3단계가 아주 명쾌하게 가슴에 다가왔다. 첫 번째 자기 만족을 위한 글쓰기로 본인 안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 토해내듯  글로 풀어내기 시작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글을 쓰지 않을까? 그 다음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글에 논리성, 메시지가 강화되는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든다. 세 번째는 산업으로 글, 즉 내가 쓴 글이 ‘돈’이 되는 단계라고 그는 말한다. 독자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남과 차별화되는 독창성이 추가돼야 한다는 무심히 던지는 한마디가 매섭게 다가왔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500~1000개의 단어를 어떻게 순열, 조합하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집니다.” 그가 말하는 순열, 조합의 의미는 곧 구성을 의미한다. 이는 글쓰기의 설계도를 그리는 단계로 기승전결 스탠더드 형태로 갈 것이냐. 승전결기로 변형할 것이냐 연역법이냐 귀납법이냐에 따라 ‘글맛’이 틀려진다.

 

문학 전공자들은 흔히 ‘예쁜 글’을 쓰려는 우를 범하는 데 수학과나 건축과 출신의 구조가 탄탄하면서 논리력, 상상력이 살아있는 글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마니아적인 글을 쓸 수 있도록  더욱더 파고들어라


 글 산업의 최전선에서 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도 ‘덕후’ 문화 즉 마니아 문화가 이제 막 시작됐고 글 시장에서도 마니아적인 글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령 맛집 라이터가 아니나 커피 전문, 샌드위치 전문, 주먹밥 전문 라이터로 세분화되며 점점 더 많은 전문성을 글에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그의 말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수십 년간 치열하게 연구해 터득한 글쓰기 방법론을 탈탈 털어 강의로 전하는 이영근 작가가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흰 종이와 펜으로 혹은 PC 앞에서 홀로 씨름하는  중간중간 나는 그가 전해준 글팁을 곱씹으며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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