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11 지천(地天) 태(泰) 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역지사지

by 땅 작가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나와 아내는 오래도록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오래도록 같은 학과에서 캠퍼스 커플로 지냈고, 교사 임용 후에는 결혼해서 15년 간 부부로 살고 있다. 둘이 너무 붙어 다니다 보니 다른 친구를 사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게는 친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교육 동지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더 좋은 친구가 없으니 삶이 허전하지 않다. 마음 잘 맞는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은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다.

그런데 몇 달 전 아내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연애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내를 목적지에 바래다주고 집에 데려 오는 것이 나의 일과였는데, 아내가 "이제 그렇게 하지 마."라고 선언했다. 출·퇴근을 혼자 할 수 있으니 굳이 힘들게 노동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내와 나의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고 아내의 행동을 며칠 동안 지켜봤는데,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아주 열악한 곳이어서 버스를 한 번 놓치면 언제 올지 기약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내가 데려다주면 20분이면 갈 곳을 한 시간 넘게 걸려 출근하는 아내의 행동이 영 불편했다. 일주일 간 지켜보다가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하던 대로 해." 하지만 아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괜한 고집 피우지 말라고 했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말다툼을 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말다툼은 애초에 다툴 거리가 되지 못했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아내를 데려다주고 데려 오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남편이 덜 힘들고 덜 위험할 것이라 생각해 남편 차의 조수석 대신 버스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대로 내가 불편한 이유를 말했다. 겁이 많아 운전면허 취득을 생각조차 안 한 아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내를 편하게 출퇴근을 시켜주는 일이고, 나는 그것이 이번 생애의 사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로 위하는 마음으로 다퉜으니 결말이 나쁠 리가 없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 이내 말다툼은 편안한 대화로 이어졌다.

아내는 남편을 헤아리고, 남편은 아내를 헤아리니 편안하다. 이것은 지천(地天) 태(泰)의 상이다.

지천 태


역지사지, 자리바꿈, 순환

<서괘전>에 "괘 됨이 곤음(☷, 坤陰)이 위에 있고 건양(☰, 乾陽)이 아래에 있으니, 천지 음양의 기운이 서로 사귀어 화하면 만물이 생성된다. 그러므로 통태(通泰, 통하고 편안함)가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높은 것과 낮은 것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으니,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이해하고 소통하는 모양이다. 부모(☰)가 자식(☷)을 헤아리고, 자식(☷)이 부모(☰)를 생각할 때 그 가정은 화목하고, 선생님(☰)이 학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때 그 교실은 평화롭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막히고, 서로를 이해하면 편안해지니, 지천 태(䷊)는 인간 세상에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어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효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괘의 상은 자연에서도 발견된다. 가열된 물질은 가벼워져 상승하고((☰), 상승하여 냉각된 물질은 무거워져(☷) 다시 하강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대류'라고 한다. 공기가 대류하여 바람, 구름 등 기상 현상을 만들어내고, 바다에서 바닷물이 대류하여 해류가 발생한다. 지하에서는 맨틀이 대류하여 화산, 산맥, 고원 등 지표면을 다채롭게 변화시킨다. 만약, 물질과 에너지의 자리바꿈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구는 더 이상 생명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적도 지역은 한 없이 기온이 올라가고, 극 지역은 한 없이 기온이 떨어질 것이다. 지구 내부의 핵은 온도가 한없이 올라 폭발하여 지구라는 행성은 우주 공간에서 사라질 것이다. 높은 자리의 물질이 에너지를 버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에너지를 얻으면 상승하는 대류 현상은 지구의 만물을 생성하고 편안하게 하는 생명의 힘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우주이자 소지구인 우리의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하여 머리의 뜨거운 기운이 발로 가고, 발에서 냉각된 찬 기운이 머리로 갈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몸을 잘 관찰해보면 머리는 냉한 기분이 들고 몸이 따뜻할 때 컨디션이 좋다. 손발이 차고 머리가 뜨거우면 몸이 아프거나 편치 않다. 편안함을 원한다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쉬게 하여 지천 태()를 몸에 구현해야 한다.


편안한 출근길

아침 출근길 얼음이 얼었다. 나는 차디찬 차에 시동을 걸고 조수석에 히터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출발. 우회전, 좌회전, 내리막, 좌회전. 나는 아내에게 오늘 수업이 몇 시간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수업 시간으로 시작해 학생 이야기, 동료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최근의 고민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아내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아내의 삶에 내 삶을 섞는다. 친구와 함께 하는 오래된 출근길에 나는 지천 태 괘를 떠올리며 아내에게 말했다.

"도착했다. 있다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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