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14. 화천(火天) 대유(大有): 크게 소유하기

by 땅 작가

설렁탕과 갈비탕 맛집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아내는 어젯밤 인터넷 쇼핑몰 M사에서 갈비탕을 주문했고, 신기하게도 새벽에 아파트 현관에는 갈비탕이 배송되었다. M사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침 식사로 갈비탕을 먹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점 이용이 제한되는 이 시점에 갈비탕을 손쉽게 먹을 수 있다니 인터넷 쇼핑몰 M사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맛 좋은 갈비탕이라도 '맛집'에 직접 가서 먹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플라스틱 봉지에 들어갔다 나온 계량화된 갈비탕과 주방장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낸 갈비탕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갈비탕 맛집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10년 전에 동문 선배들과 교과서 집필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멤버 중 하나인 A교수는 자신의 형제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먹자고 제안을 했다. 일에 치여 사적인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딱딱하게 지내던 멤버들은 흔쾌히 동의를 했고, 차를 나눠 타고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S설렁탕'이었는데, 입구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었고 홀에는 직원들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매장에는 고객들로 분주했고, 한눈에 봐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가게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갈비탕과 설렁탕, 수육은 깊은 맛이 있었고, 곁들어 나오는 석박지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간 사람들 모두 즐겁게 식사를 했고, 나는 그곳을 최고의 '맛집'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함께 간 사람 모두가 지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보니 식사 자리에서 왜 이 곳이 장사가 잘 되는지 지리적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를 A교수가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A교수는 이 모든 것이 지리학적 설계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설렁탕 맛집에 담긴 지리학적 설계

A교수는 동생들이 음식점을 시작할 때 매장의 입지 선정에 자문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 핵심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최소요구치보다 재화의 도달 범위 크게 하라.


'최소 요구치'란 ' '매장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요'를 말한다. 가령, 매장이 유지되기 위해 한 달에 최소한 1,000명 이상의 고객이 이용해야 한다고 할 때 '1,000명의 이용 고객'을 최소 요구치라고 볼 수 있다. 만약 1,000명의 고객이 매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 매장은 더 이상 운영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업이나 매장의 입장에서 최소요구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최소요구치가 만족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소요구치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특별한 상품을 제공해야 하고, 서비스 공급 범위를 늘리기 위해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매장마다 자신들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범위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범위를 '재화의 도달 범위'라고 한다. 기업이나 매장들은 최소요구치를 만족할 수 있도록 재화의 도달 범위를 늘려 고객을 확보해야만 한다. 최소요구치보다 재화의 도달 범위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이윤의 크기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A교수는 어떻게 최소요구치를 확보하고, 재화의 도달 범위를 어떻게 극대화했을까?

먼저 최소요구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A교수는 낮시간, 밤 시간, 주말 모두 설렁탕 수요자가 있는 입지 장소를 찾아 나섰다. 'S설렁탕'의 위치는 이것들을 만족하는 최적지인데, 이 곳의 주변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었고, 그 뒤로는 모텔촌과 유흥가가 있었으며,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아파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낮 시간에는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을 수요자로 삼았고, 밤 시간에는 사무실 뒷골목 모텔촌과 유흥가 이용객들을 수요자로 삼았으며, 주말에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을 수요자로 삼았다. 이러한 입지 전략은 적중해서 24시간 동안 매장을 운영해도 손님들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매장의 위치는 최소요구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최적의 입지 장소이자, 최소요구치를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는 이윤 창출 공간이었던 것이다. 또한, 최상의 사골을 엄선하여 가마솥에 오래도록 고아 만든 육수와 수 천만 원을 들여 획득한 석박지 레시피는 다른 설렁탕 가게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입소문이 퍼져 고객들이 멀리서도 이 매장의 음식을 먹으러 방문하니 매출액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매장에 걸려 있는 가마솥이 설렁탕 500인분의 양인데 매일 소진된다고 했으니 나머지 메뉴까지 생각해본다면 한 달 매출액이 억대가 넘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가게 이윤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A교수는 월급 외 소득이 생겨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교 제자들을 위해 몇 천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뜻있는 일을 하였다.

지리적 원리로 서비스업의 생리를 눈으로 훤히 꿰고 있는 A 교수(☲)가 매장이 입지 할 장소를 선정하여 형제들과 우애하고, 제자들을 살피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는 화천(火天) 대유(大有)상이라 할 수 있다.

화천 대유


화천(火天) 대유(大有), 크게 소유함.

대유(大有) 괘는<주역전의>에 " 불(☲)이 하늘(☰) 위에 있으니, 불이 높은 곳에 있으면 밝음이 먼 곳에까지 미쳐서 만물의 무리가 비춰 보이지 않음이 없으니 대유(大有)의 상이 되었다.", " 대유는 성대하고 풍성하게 소유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상 살아가면서 '크게 소유(大有)'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그러한 영예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하늘 위의 태양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태양처럼 밝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반딧불도 빛을 내지만 그것은 자신의 몸만 간신히 빛나게 할 뿐이다. 태양이라야 만물을 드러나게 할 수 있고, 태양이 하늘에 올라야만 세상을 훤히 비출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훤히 볼 수 있는 태양 같은 지성과 하늘처럼 큰 마음을 가졌을 때, 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 부와 명예로 향하는 길도 보이지만 그것에서 소외되거나 괴로워하는 것들도 보인다. <중용>에 "대소 우주의 경지를 통달한 군자가 거대한 것을 말하면 천하가 능히 그것을 싣지 못하며, 극소한 것을 말하면 천하가 능히 그것을 깨지 못한다."라고 한 것처럼 밝은 통찰력(☲)과 넓은 마음(☰) 을 가진 이는 세상을 자신의 마음에 담을 수 있다(䷍).

A교수는 자신이 공부한 지리학적 지식을 후학에게 전수하여 세상을 밝게 하고, 자신이 얻은 재물을 제자들에게 풀어 세상을 따뜻하게 하니 '대유(大有)'의 상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인터넷 쇼핑몰, 새로운 과제

인터넷 쇼핑몰 M사는 고전적인 지리적 입지 이론의 상식을 깼다. 전국적인 배송업체 체인망을 이용하여 대한민국 전체를 자신의 재화의 도달 범위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유통업계(☰)에서 태양과 같은 독보적 존재(☲)가 되었고,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M사와 같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로 인하여 오프라인 업체들의 매출액이 줄어들면서 폐업을 하는 등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시대의 도래는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에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공존'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 나가야 할 새로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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