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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Feb 17. 2020

고민은 하되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해

일이 잘 안 풀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근심 걱정이 많은 후배가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고민은 하되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해”라고 말해주었다. “어려운 말이네요, 선배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철학적이었나? 너무 말장난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건 내 진심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걱정”이란 것은 “무슨 일이 잘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신경 쓰는 것”이었으며, “고민”이란 것은 “무슨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신경 쓰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생긴 감정이란 것은 동일할지 모르겠으나, 생각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느냐 하는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많은 걱정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시험을 잘 못 치면 어떡하지, 발표수업을 망치면 어떡하지,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지 등등 살아가는 매 순간이 걱정이었다. 큰 일을 앞두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도 많았으며,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할까봐 두려움에 심장이 쿵쾅거려 준비했던 말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적도 많았었다. 돌이켜 생각해볼 때 나의 말과 행동의 결과가 나쁠까봐 염려가 되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성경에 “누가 염려함으로써 키를 한자나 더할 수 있느냐”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내일 염려 내일 하라, 오늘 고생 족하다”라는 구절도 있다.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 너무나도 위로가 되는 구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당장의 염려와 걱정으로 내 삶이 바뀔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염려와 걱정을 오늘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분명하게 들었다. 불필요한 걱정은 내 삶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 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아무 생각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순 없었다. 준비가 필요하고 생각이 필요하다.  앞일을 감당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잘될꺼야만 남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나쁠까 봐 염려는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야 결과가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많은 시간을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일어날까 걱정하면서 산다고 한다. 걱정하는 시간도 아깝고, 걱정의 결과도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렇기에 걱정은 이제 접어두었으면 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 대신 일어날 일들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고민을 했으면 한다. 말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좋다. 고민이든 걱정이든 좋다. 어떻게 하면 잘될지 고민이든, 걱정이든, 생각이든 해보았으면 한다. 잘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걱정과 생각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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