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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Jul 12. 2024

입양아의 날

아주 오래전

최진실 주연의 '수잔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남의 얘기로만 듣던 입양아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면서

한때 한국민들 사이에 입양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아졌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입양아의 삶 전반에 관한 얘기는 아니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한국드라마는 입양아가 주인공이었다.

그렇게 입양아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라졌다 하곤 한다.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분이 시카고 오헤어공항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공항에 나간 적이 있었다.

비행기가 연착을 하여 기다리는데

한 무리의 미국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 보니

일가족이 누군가를 맞이하러 나온듯하였다.

자세히 보니

그들 중 한 사람이 남자아이- 한 4세 정도 되어 보이는-를 안고 있었는데 동양아이였다.

우연히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바로 그날은 이 남자아이의 여동생이 한국에서 입양되어 오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입국장 문이 열리고 2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기가 왔고

그들은 원더풀을 외치며

남자아이에게 네 동생이 왔다고 알려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정말 나는 마음속으로 가슴이 아팠다.



입양의 현장에 와있는 듯했고

무언가 모르는 슬픔이 내 마음속에서 배어 나왔다.

어쩌다 오누이가 모두 다 미국으로 입양을 오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행한 것은 한 핏줄을 나눈 오누이가 같은 지붕아래

같은 양부모아래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민 마음을 달래고 돌아왔다.



그리고 6년 전부터

내가 다니고 있는 한인교회가 이 지역에 입양되어 살고 있는 입양아들을 초청하여

한국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입양아의 날을 매년 여는 관계로

입양아에 대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인근에 있는 입양기관인 Dillon International과 함께 이 입양아의 날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이 행사가 더 널리 알려져서 인지

200여 명의 입양가족들이 참여를 했다.

파란 눈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혹은 품에 안겨

한국입양아들이 속속 행사장에 들어오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였지만

지난번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처럼

난 이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아직은 양부모와 자신이 생김새가 다른지를 알지 못할 나이들이지만

이제 곧 아이들이 자라고 입양아임을 알게 될 때 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그들의 마음은

이 입양아의 날이 6회가 되었는데도

늘 참여하는 입양아들의 나이는

많아봤자 5-6세 정도가 최고고령(?)이라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이 되고

세상에 대해 조금 눈을 뜨게 되는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이런 행사가 즐거움을 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양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자신을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멀어지게 만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부모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용서가 되는 날

그들은 한국인 입양아라는 닉네임에 대해 자유함을 가지고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는 것일 것이다.

입양아행사에 오는 양부모들을 보면 자기 아이가 없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미 자신의 아이가 있음에도 몇 명을 더 입양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3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손과 발 그리고 청각에 장애가 있는 여아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는

Nashville에서 온 Leshe와 Betsy 씨 부부의 경우를 비롯하여

대부분은 자신의 미국자녀와 더불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은 이 한국입양아들에게

한국말과 문화를 접하게 해 주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참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내가 일하고 있는 한국학교에는

자신의 미국자녀와 함께 자신도 한국말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미국아빠, 엄마들도 있다.

그들에게 미국자녀와 부모가 왜 한국말을 배우려 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입양아 자녀가 태어난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언어, 문화에 대해 알고 싶고

그래야 입양자녀에게 한국에 대해 이야기도 해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가끔 입양아들이 양부모들에게 학대받고 자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던 터라

처음엔 마음 한구석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자녀들도 학대하는 부모가 있는 세상에서


이들은 정말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사람들임을 느낀다.



태어난 나라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생김새도,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이 이국땅에서

한국입양아들이 양부모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길 마음 깊숙이 염원하며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도

입양 문화가 발전되어

해외입양아의 수가 줄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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