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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Jul 19. 2024

미국에서 치룬 전쟁

21세기에
그것도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둘째 머리에 이가 생겼다.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그때 이는 흔했었지만
언젠가부터 이는 한국사회에서 사라졌다.
그땐 빨래를 자주 하던 시절도 아니고 더욱이 목욕도 한 두주일에 한번 정도 대중 목욕탕에 가던 시절이라
아이들 몸이나 머리에 이가 기생하기 쉬웠던 거 같다. 우리 집이 유독 더러웠던 집이라고 혹시라도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부연 설명을 하자면
한국전쟁이후 아직 나라가 많이 암울하던
1965년 그 즈음의 일이라고 밝혀 둔다!

암튼
가끔씩 엄마가 내복을 벗겨서
햇살 좋은 곳에서  이를 잡아 툭톡 터트리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듯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 살았는지 기가 막히지만..

그랬던 이..를 이 미국에 와서 보게되다니!

어느 날 둘째의 베개를 보다가 시커먼게 기어가서 깜짝 놀라서 보니 어릴 때 보았던 그 이!
정말 허거걱! 이었다.

학교에 신고하니
이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학교에 오지말고 담당 널스의 판정을 받고서야 다닐 수 있다고 하는 레터를 받았다.

아니 학교에서 옮아왔는데 무책임하게 이게 뭐야! 했지만 뭐 어쩌겠나?
그때부터 둘째 머리속 이 잡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특히 당시에 미국 어린이 들에게 이가 생겼다는 뉴스가 들리긴 했던 때라선지
월마트에 이 없애는 빗..촘촘한..우리나라 참빗같은 걸 팔았다.






매일 머리 빗기고
무릎에 눕혀 놓고 잡고
이 새끼인 서캐까지 없어야 등교를 할 수 있다 하니 밤낮으로 잡았다.

암튼 그리고 10여년전
또다시 황당한 사건(?) 을 접하게 되었다.
일명 빈대 사건!

아이들 잠 재울 때 미국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Sleep tight.
Don't let the bedbugs bite !

우리나라같으면
이불 잘 덮고  코 자라! 와 같은 말일까?

미국 서부 개척시대엔 통나무 집이었기에
바람이 슝슝 들어오고 아마 당시엔 빈대도 많았던 모양이다.

옐로우 스톤을 돌아보고 내려온 동네 헬레나에서 우리 가족이 잡은 숙소는 모텔 6 였다.
아마도 좀 싼 편이라 경비를 아끼려는 남편이 평소 가던 베스트 웨스턴이나 홀리데이 인을 잡지 않은 이유였으리라.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워 각자 핸드폰에 열중하다가 소등하는 순간 뭔가 베개 를 쓰윽 지나가는게 내 눈에 포착되었다.
잠깐! 불 좀 다시 켜봐!
하고 불을 켜서 베개를 드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빈대가..
그리고 모두 일어나서 매트리스를 들어보니
그 곳에 베드버그들이 우글 우글..
지금 생각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다.

일단 아이들옷을 챙겨 입히고 가방을 다시 싸고 방을 나와서 나와 차로 가고, 남편은 프론트에 가서 이 상황을 알렸지만 기가 막히게도 빈방이 더는 없고 소독을 해 줄테니 그냥 자라는 말..당시는 아직도 이런 경우 어찌 대처해야하는지 모든게 서툰 때라..그냥 아이들과 나는 차에서 눈을 부치고 남편은 불편하다고
다시 방으로 가서 잤다는...

지금도 모텔 6를 지날 때면 그 악몽이 다시 떠올려진다.

그리고 빈대 문제는 아직도 여행객들의 골칫덩이이다. 그 이후
우리는 호텔에 들어갈 때마다 빈대 체크를 한다.
후레쉬로 방 구석구석을 보고 매트리스를 올려서 살피고 와입( wipe)으로 모든 손잡이와 사용할 물건들 닦고 나서야 편히 쉰다.
나는 홑이불과 배겟잇을 따로 가져가서 사용하고 있고..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빈대가 생겨서 물리고 못살겠다는 하소연들이 올라온다.
빈대는 주루룩 물기에 물린 자국을 보면 금방 알아 볼 수가 있다.
한국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얘들은 틈사이로 쏙쏙 들어가서 살고 6개월을 먹지않아도 생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박멸이 엄청 어렵다.
집안의 모든 기물을 열탕 소독을 해야하고 집 전체를 막으로 싸서 약을 뿌리고 방사하는 일을 최소 두번은 해야 한다니..미국 여행할 때는 반드시 빈대 체크 하는 걸 권한다.



그렇게 뉴스에 떠들더니 그 뉴스가 요즘은 안올라오기는 하는데 나라가 원체 크니까 그 번짐이 어느 곳에선가 멈추어 버렸나? 할 뿐이다.

최근들어 한국에도 빈대가 다시 출몰했다는 뉴스를 들은 것 같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숙소들에서도, 유럽에서도 빈대 츨몰 소식은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빈대와의 공존은 불가피 한듯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쉽게 할 말은 아니다.

빈대 붙는다..라는 말처럼 이 놈이 한번 들러붙으면 잡아 떼내기가 너무 힘드니까. 아까운 피를 내 주어야하니까. 피 정도 내 준다해도 전염병에, 게다가 생긴게 너무 혐오스럽고 암튼 싫다!

남들이 겪지 않는 두번의 전쟁을 치뤘다. 삼차대전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지금이야 그 꿈이 와장창 깨어졌지만

미국 이민 초기엔

미국인데..하는 맘이 있었고

그런 나라에서 이와 빈대를 조우(^^) 한 사건은

기분나쁘게도 특별했다. 만나지 않아도 될 일,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인생에 들어오는 걸

내가 믿는 종교에서는  "강하게 하려고!"" 감사를 알게 하려고!" "성숙케 하려고!" 라고 말한다.

가끔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더 감사할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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