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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Jul 30. 2024

화성할배 금성할매

40년을 함께 살아오지만
참으로 할배. 할매는 다르요!
할배는 컨트리를 좋아하고
할매는 시티를 좋아하고
할배는 날 것을 좋아하고
할매는 익힌 것을 좋아하고
가만히 들여다 봉께
거의가 반대여라.

그란디도 여적 살고 있는 걸 보믄 기적이고
더 깊이 생각해보믄
얼마나 싸웠을까가 보이지유!^^

한쪽이 지면 싸움은 없을틴디
둘이 똑 같아서 싸우는겨! 하시던 울 엄니 말씀이 생각나네요.
맞어요!

그런 할매, 할배라도 꼭 맞는 기 있지라.
젊어서는 아니었는데
이제서야 할배가 자식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엄청 챙기네요.
매주 아들 보러 2시간 거리를 달려가고 뭐라도 먹다가 맛있으면
" 이거 우리 영수 주러 갈까?" 한다는.

아이들 어려서는 자기 일이 바빠서 아이들 연주회도 늘 할매 홀로 다니게 혔는디
나이드니 그런게 다 후회된다고...
이제서야 자식 사랑이 하늘을 뚫네요.

아직 미혼들이라 상관없지만
며늘들 생기믄 할매가 막아서야겠지러...

암튼
어제도
텃밭의 아삭이 고추가 맛있다고
우리 먹을꺼 꺼정 냅다 들고 갖다 주고 왔네요.

아이들도 처음 아빠의 변한 행동에 낯설어 하더니 이제는 익숙해진 모양이네요.

암튼
그래도
아직은
화성 할배 금성할매 라
할매,할배 집 기류가 싸할 때가 가끔 있지유!

계획주의 할매와 즉흥주의 할배가 부딪히면
공기들도 스스로 알아서
차가워지고 냉랭해지니께유.

신혼 때는 소리가 날라다녔는데
지금은 침묵이 가득차올라오니
할매,할배네 집은 공기조차 침묵이라 금으로 번쩍인다오! ㅋㅋ

예민한 둘째는 부모님이 다투는 걸 몇번 본 이후로 자기 트라우마 생겼다고 해서
깜짝 놀란 이후로는 아이들 볼까 조심조심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전화하고 끊을때 마지막 말은
싸우지 말고 잘 계셔요! 이니께
부끄럽지라...

누워자는 거 보믄
그 원기왕성하던 청년은 예전에 사라지고
풀죽고 쇠약해진 할배라
안스럽기도 혀요.
자기 꿈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할매가 쓴소리를 하지만
사실 처 자식을 생각지 않았다고 말 들으면 억울허기도 할거라 생각혀요.

할매의 깊은 곳엔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할매는 커리어 우먼으로 당당히 살았을텐데 하는 맘이 크고
미국에서 기죽고 산 세월로 쓴뿌리가 깊어서
그저 미국에 남기로 결정한 할배를 향해 쓴뿌리가 깊은거지라.

어느날 두 형제가 그러더라구요.
맘! 나는 한국 살았으면 깡패가 되었을지도 몰라...
공부에 뜻은 없고 덩치가 큰 자신을 보고 하는 말인데..그래서 미국에 온 걸 감사한다고.
둘째도 미국이 좋다고..한국에 살았으면 그 경쟁속에서 자기는 쭈그리가 되었을거라나요..

그리들 말해주니 그동안 억울했던게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요.


암튼 신혼때는 서로 기를 잡으려고 싸운다더니
기 싸움이 끝나지 않은 할매,할배는 아직 신혼인가벼요 ㅋㅋ

그런데

죽을 때까지 그 신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불길함은 어째쓰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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