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알고 있던 입학식 따위는 따로 없었다.
드디어 멋쟁이 아들의 초등학교 첫 등교날, 입학식이라 말할 수 있는 형식적인 행사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아들과 아빠, 아들의 친구와 그의 부모와 같이 산책하듯이 사뿐히 걸어서 도착한 아들의 초등학교는 오늘 첫 등교한 1학년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북적북적했다. 약속했던 8시 30분이 되자 각반의 담임 선생님과 보조선생님이 각반 (1A, 1B, 1C 등)의 팻말을 들고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각자의 부모들의 이름이 쓰인 유인물을 하나씩 챙겨준다. 유인물은 Wilma (빌마, 학교와 부모의 정보 교류 시스템)의 가입 안내서로 개개인 고유의 가입 코드가 적혀 있었다. 한 반에 학생이 25명으로, 그 학생들의 부모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물어보고 해당 안내서를 찾아서 나눠주는 일은 지루하게 오래 걸렸다. 그 일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이 각반의 무리에 찾아와서 격려의 말을 하는 듯했으나 마구잡이로 몰려있는 무리들의 소음 덕에 아무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아이들이 교실로 향할 즈음 다른 학년 학생들이 속속들이 등교해서 담임선생님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들의 초등학교 첫날이 시작되었다.
첫날 수업은 12시까지였고, 그 후로 아들은 방과 후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만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3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약속이 있던 나는 오후 5시에나 집에 돌아왔기에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이에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으니 놀았다는 답이 젤 먼저 나왔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내용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나머지는 별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아빠에게 아이는 다소 실망한 듯이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아이는 학교에서 무언가 유익한 것을 많이 배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듯했다. (아빠가 아이에게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미리미리 일종의 세뇌교육을 시켜놨다.) 특히, 읽고 쓰는 법 배우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아이가 글을 이해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체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작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이 좋아하는 체스를 중심으로 배움에 대한 욕구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배움을 기대하는 아이라니, 내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진다. 오구오구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