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엄마가 없으니 스스로 할 거예요.
아침부터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난다. 아들이 일찍부터 일어나서 무언가를 챙기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는지 분주한 느낌이다. 아들의 분주함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딸아이도 잠에서 깨서 일어나자고 나를 재촉한다. 결국 일어나 거실로 나와보니 아들이 키친타월로 바닥에 물을 닦고 있다. 부엌 싱크대 앞에는 놓여있는 의자는 아들이 의자를 밟고 올라가 무언가를 선반에서 꺼냈다고 내게 무언의 설명을 하고 있다.
"가방에 물통을 챙겨 넣었니? 엄마가 가방 좀 봐야겠다."
역시 예상대로 물을 담은 물병에서 물이 새서 가방과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어젯밤 아들이 가져갈 물병을 분해해서 닦아놓았다. 제 딴에는 학교 갈 준비를 한다고 스스로 물병을 조립해서 물을 담아 가방에 넣었는데, 미처 고무패킹들을 끼어놓는 것을 알지 못해 물이 샌 것이다. 학교 가겠다는 아이의 열정이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아이가 친 사고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물병을 꺼내서 아이에게 고무 패킹을 끼어넣는 것을 보여주며 왜 물이 샜는지를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일어나자마자 수습해야 할 사고를 보면, 화를 먼저 버럭 내는데 나답지 않아 나 자신이 대견했다.) 그리고는 바닥만 닦은 아이에게 물이 샌 가방도 닦아야 한다고 설명하며 가방에 남아있던 물을 닦아주었다.
"왜 물통을 혼자서 챙겼어?"
"학교 가려고요. 이제 가면 되죠?"
"오늘은 9시까지 등교인데, 지금은 7시 30분이니까 조금 더 쉬었다가 아침 먹고 학교에 가면 돼."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싶어서 7시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자기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드디어 집을 나설 시간! 오늘부터는 새로 산 신발을 신고 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기억한 아이는 새 신발을 집어 들었다. 신발에 붙어있는 상표를 보더니 내게 상표를 떼 달라고 했다. 우선 상표가 붙어있지 않는 다른 쪽 신발부터 신으라고 말하고 상표를 떼고 있는데, 무작정 발을 끼워 넣으려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들에게 벨크로를 열고 신발을 조금 느슨하게 해서 신는 게 좋다고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쪽 신발 신는 것도 도와주려 하자 아이는
"내가 해야 돼요. 학교에서는 엄마가 도와줄 수 없으니까 내가 신발을 신을 줄 알아야 해요."
라고 말했다. 아니 그런 의미로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나에게 했다. 아침에만 벌써 두 번이나 나를 감동시키다니 아들의 성장이 놀랍기만 했다. 우리 아들은 평소 생각을 많이 하고 확신이 들 때 움직이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언어적 표현이 적어, 엄마로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대체로 올바른 행동과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느껴서 믿고 있었지만, 아이는 내 기대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