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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20. 2019

암호화폐, 원코인 사기

BBC Podcast: The Missing Cryptoqueen

배경 이미지 출처: Pixabay



BBC Podcast: The Missing Cryptoqueen



핀란드 언론보도 엿보기


사토시 나가모토가 만든 세계 최초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선두로 많은 알트코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후발 암호화폐, Alternative coin의 줄인말)이 생겨났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는 중앙의 통제 없이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여 가장 민주적인 화폐이며, 어쩌고 저쩌고 카더라. 개인적 이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구글링을 추천한다.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생겨날 즈음 시작된 원코인은 교육 패키지에 코인을 끼어 파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마케팅 (다단계)을 통해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에도 피해자가 상당하다는데, 인터넷상의 원코인에 대한 한국어 정보는 많지 않다. 핀란드는 1인당 투자액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탐사 보도팀, MOT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 간 약 2만 5천 명이 최소 4천만 유로 (약 5167억 7800만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에도 원코인이 핀란드에서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그 피해액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원코인 사기에 관한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다큐멘터리 (핀란드어이지만, 원한다면 해당 링크에 스크립트 전문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대략의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가 공개되었는데, 네트워크 마케터로 원코인 판매에 깊숙이 관여했던 Kari Wahlroos의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이 가관이다. "우리는 교육 패키지를 18세 이상의 성인에게 팔았고, 그 누구에게도 구매를 강요하지 않았다." Kari Wahlroos는 2017년에 원코인을 떠났고, 연간 수백만 유로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팟캐스트에 덧붙이기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나누는 피해자 Jen McAdam의 억양이 매우 정겹다. 15년 전에 에든버러에서 3개월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 그때 익숙해지는데 상당히 애를 먹은 글라스고 악센트를 가진 Jen의 영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팟캐스트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그때 만났던 좋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라 그리움만 잔뜩 남겨놨다.


원코인이 급성장하는데 원동력이었던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부를 이룬 사람의 인터뷰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본인도 손해를 봤다고 하지만, 그의 말에 100% 신뢰가 가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봤지만, 소수의 누군가는 대단한 이익을 본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원코인 교육 패키지 판매에 관여했던 네트워크 마케터들이 비슷한 류의 또 다른 코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은 참 씁쓸하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사례가 나오는데, 묻지 마 투자의 실패로 고달픈 삶이 더욱 악화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도대체 무얼 믿고 욕심을 부렸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상화폐니 블록체인 기술이니 하는 용어 자체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없이 덜컥 전재산을 또는 빚까지 내면서 투자한 배포는 과욕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들의 참담한 현실은 안타깝지만, 지나친 욕심에 대한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아프리카랑 암호화폐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된 나라일수록 첨단기술을 쉽게 받아들여 일정분야에서 선진국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아프리카는 은행이 발달되지 않았고 부패가 심각하여 오히려 모바일 페이가 활성화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송금 사기에 애용되는 웨스턴 유니온이 아프리카의 주요 금융 서비스를 담당하며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아프리카 현지의 열악한 금융시장 덕택이다. 덕분에 암호화폐 거래도 상당히 활성화되어있는 듯하다. 


문득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 (Tulip mania) 사건이 떠올랐다. 역사는 겉모습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핵심은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면 가장 늦게 욕심을 부리는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서민이 허황된 꿈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일없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영위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원코인 창립자인 루자 이그나토바 (Ruja Ignatova) 박사와 원코인 투자자들의 관계는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와 신도들의 관계와 매우 비슷해 보였다. 부를 섬기는 신흥종교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원코인 자체가 사기성이 짙어서 창립자의 학력 위조도 의심되었지만, 그녀는 진짜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에서 법학과 경제학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였다. 정직하게 일해도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법한 사람인데, 한낱 사기꾼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다니... 욕심이 지나치면 세상 누구나 보통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짓들을 저지르는 것 같다.



아래는 BBC Podcast: The Missing Cryptoqueen 관련 인터뷰 방송이다.

출처: https://youtu.be/zkYg6xvBL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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