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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28. 2019

바이러스성 장염...

왜 그런 건 옮아가지고! 감염 경로를 찾아서~

배경 이미지 출처: Pixabay



2019. 11. 27



Koko ajan kakkahätä. (계속 똥 마려.)



"Koko ajan kakkahätä (꼬꼬 아얀 깍까하따)."


일요일부터 설사를 하던 딸이 월요일 저녁의 계속된 화장실 방문에 의기소침해져서 던진 말이다. 무언가를 입에 넣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을 드나들다 지친 것이다. 바이러스성 장염인 듯했다. 


딸에게 장염을 옮긴이는 아들이었다. 아들은 지난주 이틀 정도 설사를 하며 팬티에 실수를 하기도 했다. 걱정이 되었던 그는 아이의 책가방에 여분의 속옷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아들은 그 속옷이 필요하진 않았다. 아들이 장염으로 고생하던 저녁에 어쩌다 보니 나는 친구와 공연을 보느라 집에 없었다. 덕택에 나는 능숙한 그 덕에 무사히 잠자리에 든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의 고생담을 들은 게 전부였다. 


아들은 꼬꼬마 때 은근 면역력이 모자라서 어린이집에서 오만 질병을 다 옮아왔지만, 신기하게도 장염은 요리저리 잘 피해 다녔다. 딱히 큰 배앓이 없이 잘 자라주었기에 장은 튼튼한가보다 하던 차에 장염이라니! 아들은 설사와 복부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큰 탈없이 금세 나았다.


그렇게 장염과 작별을 고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요일부터 딸이 이상증세를 보였다. 아들보다 증상이 심해 이틀간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아픈 딸이 안쓰러워 큰 맘먹고 아이와 놀아주려 애썼지만, 체력의 한계를 처절하게 깨달았다. 게다가 나도 바이러스를 옮았는지, 아랫배가 살짝 불편했다.


월요일은 책 읽기,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레고 듀플러로 로봇 만들기, 성 쌓기, 동물 흉내내기, 장 보러 가기 등을 함께 했지만 하루가 너무나 길었다. 화요일은 그와 함께 셋이서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딸과 둘이서 동네 작은 박물관과 도서관을 잠시 다녀왔는데, 그 뒤 너무 지쳐서 오랫동안 낮잠을 잤다.


좌: 장 보러 갔다가 만난 눈사람, 우: 도서관에서 집에 가자고 보채는 엄마를 무시하고 그림 그리는 딸


이 와중에도 딸은 생기가 있었다. 증상이 상당히 완화되었기도 했고, 엄마인 내가 한계치에 도달하기 직전이었기에 일단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냈다. 다행히 급히 화장실을 두 번 간 것 외엔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딸아~! 내일도 무탈하길 바란다. 


아침에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온 그가 지난주 초 고열로 고생한 자신이 이 장염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집 아이들 몇몇이 장염으로 고생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그는 그 전 주말에 딸의 생일파티에 왔던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장염 바이러스를 자신에게 전달해주고 간 것 같다는 추측을 했다.


에이... 내가 당신한테는 웬만해선 감기도 잘 안 옮는데... 아이들 통해서 퍼뜨리면 나도 속수무책이라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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