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별일 아닌 행복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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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 갑자기 과자가 먹고 싶어 가까운 가게에 다녀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외출복을 챙겨 입고 어린이집에 있는 딸을 데리러 가는 것이 오히려 귀찮을 것 같아 다른 날보다 일찍 아이를 데리러 갔다. 혹여 친구들과 더 놀겠다며 집에 오기를 거부할까 싶어, 분홍색 뽀로로 우산을 챙겼다.
어린이집 마당에 생긴 작은 물웅덩이들에서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비옷으로 무장한 아이들의 모습은 실내에서 노는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었지만, 대부분 빗물과 함께 노는 점이 달랐다. 아이의 짐을 챙긴 뒤, 엄마가 데리러 온지도 모른 채 배수관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열중해 있는 딸에게 살포시 우산을 건넸다. 그제야 얼굴 가득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딸은 엄마가 와서 반갑고 우산이 있어 행복해 보였다. 예상대로 우산은 딸이 지체 없이 집으로 향하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그 찰나 건너편에서 놀고 있는 남자아이들이 눈에 들어있다. 정원의 관목을 둘러싸는 도랑을 파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비옷과 장갑에 검은흙을 잔뜩 묻힌 채 관목을 괴롭히는 수준에 가깝도록 땅을 파내고 있었다. 결국, 한 선생님이 아이들의 공사를 만류했다. 여기저기 정원의 흙이 잔뜩 묻어있는 남자아이들과 달리, 딸은 모래가 약간 묻어 있을 뿐 비교적 깔끔한 모습이었다. 빗물 하고만 씨름을 하고 있던 딸이 사뭇 이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