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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Jan 31. 2020

엄마가 주스가 아닌 물을 주다니!

세상에 이런 비극이! 엄마에 대한 서운함은 엄마를 다시 볼 때까지~

배경 이미지 출처: Pixabay



2020. 1. 29


그의 생일, 다른 날과 달리 아침 일찍 출근하는 그 대신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신나게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이의 딴짓을 조금 눈감아주고 기다려주었다. 아침 식탁까지 데려다주고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나와 건물 밖 창가에서 손을 흔드려는데, 딸이 대성통곡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행히 옆에서 선생님 한분이 달래주며 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계셨다. 갑자기 무엇이 딸을 그렇게 서럽게 했을까? 마음속에 큰 물음표를 가진채 아이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선생님이 딸의 유리컵에 담긴 물을 버리고 주스를 담아서 딸에게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차 싶었다. 주스가 나온 날이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여느 때처럼 물을 준 게 화근이었다. 핀란드 급식은 음료로 보통 우유가 나오는데 딸은 우유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물을 주는데, 주스나 코코아가 나온다면 물을 마시지 않는데...


엄마와 인사하느라 주스가 있는지 모르다가 엄마가 가고 나니, 주변에 주스를 마시는 친구들의 모습이 딸의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딸은 물을 준 엄마에게 너무 서운했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의 뛰어난 표현, 아니 대성통곡에 선생님이 물을 주스로 바꿔줬지만, 서운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는지, 창문 너머 엄마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면서도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딸은 여느 때와 같이 엄마를 반겼다. 딸은 평소와 달리 웃는 얼굴 뒤 서운함을 비췄다. 엄마가 주스를 주지 않고 물을 준 아침의 상황을 서툰 한국말로 묘사하며, 반가운 표정에서 서운한 표정으로 순간 변화는 딸의 얼굴을 보니, 아침의 창문 너머 울고 있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가 주스 대신 물을 준 게 딸에겐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니었나 보다. 카페와 레스토랑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낸 하루 끝에 만난 엄마에게 잊지 않고 아침 사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다니... 딸이 느꼈다는 서운함에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를 하자 딸은 순순히 엄마를 용서해줬다.


이쁜 딸! 엄마가 주스를 못 보고 물 줘서 많이 서운했구나! 미안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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