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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18. 2020

도서관에서 할아버지를 빌리다?

친화력 갑, 딸의 도서관 활용기: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도...

배경 이미지 출처: Pixabay



지난 토요일, 아빠와 아들의 시간을 갖겠다며 나와 딸을 떼어놓고 좀 긴 산책을 나갔다. 그 덕에 주말 게으름에 돌돌 말려있던 나도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딸은 도서관과 비눗방울을 원했다. 딸의 의견을 받아들여 먼저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딸은 두꺼운 겉옷과 신발을 벗은 후 나무로 만든 인형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딸을 지켜보면서 편히 쉴 수 있는 소파로 향했다. 함께 놀자고 하지 않기에 나는 소파에 머물며 오디오북을 들었다. 얼마 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딸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이미 자기 집 거실인 양 이것저것 하던 딸은 스스럼없이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어느새 딸은 인형의 집에서 떨어져 자기 몸보다 큰 동물 인형들을 안고 돌아다니며 할아버지, 손녀와 함께 어울렸다. 딸이 안고 있는 인형을 손녀에게 주려던 할머니와 대립이 있었지만, 할머니가 바로 인형을 포기하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다른 볼일이 있는 듯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손녀를 남겨두고 유유히 도서관을 떠났다.


할머니가 자리를 뜨자 딸은 본격적으로 할아버지와 손녀랑 어울렸다. 손녀와 함께 인형 귀가 달린 책을 가져와 할아버지에게 읽어달라고 하거나, 동물 인형을 안고 동물 흉내를 내는 등 마치 다 같이 도서관에 온 무리처럼 행동했다. 손녀와 할아버지도 다정하게 딸과 어울렸다. 할머니가 돌아와 도서관을 떠날 때 할아버지는 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


딸은 애교가 넘쳐흐르고 친화력도 상당하다. 우리는 물론 꽤 많은 사람들이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쉽게 무장해제되곤 한다. 문득 그의 아버지, 딸의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넘치는 사랑을 받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스쳤다. 동시에 안도감이 돌기도 했다. 괜찮다. 딸은 도서관에서 할아버지, 손녀와 어울렸던 것처럼 시시때때로 할아버지를 빌릴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손녀 그리고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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