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너무 애처롭게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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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퇴근 시간이 우연히 딸이 집에 오는 시간과 겹친 덕에 그가 딸을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데려왔다. 열리지도 않은 문 건너편으로 딸의 울음소리가 그와 딸의 귀가를 알렸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그가 딸에게 둘만의 오붓한 (?) 저녁 시간에 대한 예고를 한듯했다. 엄마와 오빠가 공연을 보러 갈 거란 이야기를 전해 들은 딸은 자기도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며 엉엉 울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가면 좋겠지만, 딸은 아직 긴 공연을 차분히 앉아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공연 표를 두 개만 구했다. 지난번에 발레 리허설 관람 때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딸은 공연에 대해 엄청나게 즐거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게 안겨서 울먹이며 애처롭게 자기도 가고 싶다는 딸...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가자며 달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나는 이미 본 공연이라 그가 아들과 함께 가기를 바랐는데, 연말의 이런저런 행사에 지친 그가 딸과 함께 집에 있고 싶어 해서 결국 내가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가 아들과 공연을 보러 갔다면 엄마 바라기인 딸이 그렇게 까지 서운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눈치 없는 아들, 공연 보러 간다고 동생을 약 올리다가 결국 경고를 들었다. 아들은 한 번만 더 약 올리면 동생을 데리고 가겠다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그새 엄마의 협박을 잊어버리고 집을 나서기 전 한번 더 동생을 도발시키다가 혼나고 말았다. 혼자 있을 때는 참 얌전하고 의젓한 아들인데, 동생만 눈에 띄면 한없는 개구쟁이로 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연장에 가는 길 딸의 어린이집 친구 가족이 우리와 같은 트램을 탔다. 그리고 같은 곳을 향했다. 딸도 데리고 올 껄 그랬나 싶은 후회가 잠시 몰려왔다. 그 아이는 무사히 공연을 다 봤을까?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지만, 우리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며 딸을 데려오지 않은 것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공연은 9시가 넘긴 시간에서야 막을 내렸다. 주인공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장면에서는 아들은 그들이 어떻게 매달려있는지 이유를 물었다. 마냥 신기해하기보다는 원리를 알고 싶은 눈치였다. 실에 매달려있다고 하자 아들은 금세 실을 찾았는지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아들은 대체로 공연을 재미있어하면서도 중간중간 피로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긴 이미 잠자리에 든 시간에 공연이 끝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