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화가 나 소리를 지르는 나를 조용하게 안아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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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없이 아이 둘 돌보기는 때때로 버겁다. 그가 출장으로 밤늦게 귀가하는 날, 나와 아이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피곤해서 징징대는 네 살 딸아이를 달래 저녁을 먹이는 것만으로 이미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유난히 엄마에게 달라붙는 딸은 그날 유독 모든 것을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엄마가 해줘야 한다고 변덕을 부리기도 했다. 결국, 나는 딸이 모든 것을 혼자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더 이상 딸의 변덕을 받아 줄 수 없다고 선언하며 폭발했다. 그제야 선을 너무 많이 넘어섰다는 것을 깨달은 딸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사과를 했지만, 폭발한 나의 화는 쉬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때 아들이 딸과 나 사이에 뛰어들었다. 아들은 내게 아무 말없이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아들의 무언의 다독임에 내 화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날은 나와 딸의 대립이 그렇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날따라 딸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많이 했다. 날카로워질 때로 날카로워진 나는 딸을 평소처럼 부드럽게 타이르는 게 힘겨웠다. 입에 넣지 말아야 할 물건들을 자꾸 이것저것 집어넣다가 몇 번 주의 끝에 목소리가 커진 것도 두 번이나 되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는 아들의 따스함은 고맙고 기특했다. 아들의 포옹은 나를 진정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아들 덕택에 딸의 강도 높은 도발에도 선을 잠깐 넘고 돌아서기를 반복한 저녁 시간은 다행히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서 막을 내렸다.
아이들의 엄마이지만 사람인지라 아이의 고집이나 변덕을 참는데 한계가 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그에게 아이들을 떠밀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를 갖는다. 그러나 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때때로 내리막길을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어느 순간 아들은 엄마를 안아주는 것으로 아빠의 부재로 인해 드러나는 엄마의 부족함을 조용히 채워주는 지혜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직 어린아이지만 나보다 큰 마음을 가진 넉넉한 사람이 내 아들이 아닐까 싶다. 후에 아들에게 내가 화낼 때 어떻게 나를 안아줄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내가 자기를 많이 안아준 게 기억나서 그랬다고 했다. 가끔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답답해 하지만, 아들은 사랑을 전하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그때의 따스함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나저나 딸아~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그리고 고집 좀 줄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