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May 07. 2019

아들의 첫 결석

아빠랑 있어서 좋고 엄마랑 있어서도 좋아!

제목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18. 8. 22


며칠 코를 훌쩍이던 아들은 전날 저녁부터 열이 났다. 요 며칠 동안, 무더운 여름날은 언제였더라 싶게 날씨가 급격히 서늘해졌다. 반팔에 반바지 입고도 덥다고 느겼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긴팔에 옷 하나를 더 걸쳐야 하나를 고민한다. 종종 아직은 따뜻했던 날들의 기억 덕에 햇빛 반짝이는 창문 밖 풍경을 보고 반팔을 입고 집을 나선다. 가을을 재촉하는 쌀쌀한 바람을 마주하고는 집으로 되돌아와 옷을 하나 더 챙겨 나가기를 여러번 반복한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하던 아들의 등교길을 어느새 아빠만 동행하기 시작했다. 온도에 있어서 아이들 눈높이로 생각하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아빠와 서둘러 집을 나서다가 겉옷을 챙기지 못하고 학교에 가서 추울까봐 학교에 잠바를 가져다 두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날씨에 맞게 옷을 잘 챙겨입지 못하는 아이는 결국 감기에 걸렸다. 열이 나면 하루는 집에서 쉬라는 사회 기준에 우리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우리 둘다 집에서 일을 했다. 게임을 하던 아이에게 아빠가 침대에 누워서 쉬라고 권했다. 본인도 피곤했던지 아들의 심심함을 달래준다며 아들 곁에 가 누웠다. 아빠와 아들이 조잘조잘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뿌듯했다. 점심 약속이 있어 아빠에게 전날 저녁에 먹다 남은 생선 튀김을 챙겨주라고 당부한 뒤 외출을 했다. 외출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않아 아빠가 아이에게 낮잠을 권한다. 아이는 금새 잠들었다.


아빠는 아이의 오늘 시간표를 살피더니, 수학은 아이가 1년 동안 배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고, 핀란드어는 오늘 할 공부는 충분히 한 것 같고, 나머지 수업은 따라가기 쉬울 것 같으니 결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세심히 챙겨줘서 고마웠다.


무언가를 챙기려 아이가 누워있는 방에 들어갔더니, 아이가 눈을 뜨며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뜻하지 않은 아이의 천사같은 미소에 행복해졌다. 결석해서 아쉽지 않냐고 아빠랑 하루를 보내서 좋겠다고 말을 건내자 아이는 긍정하면서 엄마랑 있어서도 좋다고 말했다. 아이의 나를 향한 예쁜 미소와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냥 사세요~ 아니, 잡지 사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