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모습만으로 충분한데, 이것저것 준비하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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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문 앞에서 집으로 들어오기를 망설이는 듯했다. 아들은 문 뒤에 무엇을 감춘 채 엄마를 불렀다. 아들은 활짝 웃으며 valkovuokko (Anemone nemorosa, 바람꽃의 한 종류) 몇 송이가 담긴 모자를 내게 내밀었다. 나에게 주려고 손으로 들고 오면 혹여 상할까 조심스레 모자에 담아 온 하늘하늘한 하얀 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모자에 꽃을 담아오느라 조금씩 내리던 비를 맞아 살며시 젖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이 괜스레 안쓰러웠다. 아들의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그 여린 꽃송이에 배어들어 나를 따스하게 보듬는 것 같았다. 살면서 받은 꽃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꽃을 전해준 아들은 그제야 내게 보면 안 된다며 문 뒤에 두었던 무언가를 들고 들어와 집 어딘가에 다시 감췄다. 일요일이 어머니 날이라 학교에서 엄마를 위해 만든 물건을 가져온 것 같았다. 가방에 넣기에는 애매해서 손으로 들고 왔는데, 일요일까지는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고는 분주히 무언가를 챙기다가 구슬이 어딨냐고 물었다. 예전에 내가 구슬을 꿰어 귀걸이나 목걸이 등과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기를 즐겨서 우리 집에는 그 당시 사놓은 다양한 구슬이 있다. 그 구슬로 아들과 함께 목걸이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그 구슬을 찾는 것이었다. 아들은 구슬로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내게 줄 생각이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구슬에 감탄하던 아들을 뒤로하고 어린이집에서 딸을 데려왔다. 딸이 조그만 컵에 담겨있는 아들이 내게 준 꽃을 보더니 자기 거냐고 물었다. 오빠가 엄마에게 줬다고 하자 딸이 실망한 듯 내 거라며 울먹인다. 엄마 거지만 우리 거하자고 달래니 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늘 투닥거리던 아들과 딸이 사이좋게 무언가를 같이 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딸이 내게 종이를 빼꼼히 내밀며 딸과 함께 있는 엄마를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좋아했다. 아들이 딸에게 그건 지금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딸은 개의치 않았다. 딸이 그렸다고 하기에는 그림이 너무 세밀해서 누가 그린 거냐고 묻자 딸은 해맑게 오빠가 그렸다며 웃었다.
아이들은 알까? 엄마는 아이들이 챙겨주는 물건들보다 아이들의 그 마음에 더 기쁘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를 향해 활짝 웃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엄마의 가슴이 벅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