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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14. 2019

아들의 잡지 사세요~! 두 번째...

부모의 당부를 흘려들은 아들, 작은 욕심으로 곤경에 처하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19. 5. 6 ~ 2019. 5. 10


할머니가 다녀가실 때 우리는 선물로 아빠가 아들에게서 산 Kevätpörriäinen 잡지를 드렸다. 그래서 그런 건지 월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손에는 또 그 잡지가 들려있었다. 더 이상 잡지를 팔지 말라고 엄마 입장에서는 충분히 말했고, 아빠도 잘 말했다고 들었는데, 우리의 의사전달이 어디서 꼬였을까? 잡지를 왜 들고 왔는지를 아들에게 묻자, 처음 잡지를 판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잡지를 살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어서 가져왔다고 했다. 아빠에게 판 뒤로는 더 이상 잡지를 팔지 말라고 했는데 왜 잡지를 팔려고 했냐고 묻자, 그냥 깜빡했다며 의기소침해져서 바닥에 얼굴을 묻고 몸을 웅크렸다.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제일 보기 싫어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아빠를 불러, 아들과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으니 대화를 잘해보라고 하고 나는 한발 물러섰다.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잡지를 팔지 말라고 한 것도 아빠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잡지를 팔아보고 안되면 아들이 잡지를 사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했다. 5유로에 팔아서 1유로의 수익을 내는 잡지 판매니까 아들은 잡지 하나 잘못 들고 와서 잡지의 원가인 4유로를 자신의 돈으로 메꿔야 했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데, 과한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싶어 엄마의 맘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주 우리의 말을 띄엄띄엄 듣는 아들에게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은 화요일에는 잡지에 대해 까맣게 잊었다. 엄마는 잡지만 생각하면 아들이 안쓰러워 속이 타는데, 아들은 의외로 태연했다. 이번 수요일에는 10시 15분까지 등교하는 아들보다 아빠도 일찍 출근했고, 엄마도 약속이 있어 일찍 집을 나섰다. 그나마 시간 여유가 있던 엄마가 집을 나서기 전 아들의 등교를 챙겼다. 가방 속의 잡지를 가리키며 오늘은 꼭 팔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은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서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저금통에서 4유로를 꺼냈다. 왜 그러냐니까 그냥 자기가 잡지를 사겠다며 나를 바라보며 동그란 큰 눈을 깜빡였다. 동그란 큰 눈에 순간 맘이 무너져 내렸지만,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해 아들보다 먼저 집을 나선 뒤, 등교시간에 맞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제시간에 등교하도록 챙겼다. 그렇게 아들이 잡지를 사는 것으로 이번 잡지 소동은 끝을 맺는 줄 알았다.


문득 잡지를 사는 것으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융통성 있게 잡지를 팔지 못했다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돌려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이미 잡지를 사겠다고 4유로를 들고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수요일 오후 집에 돌아온 아들은 잡지 값을 내는 것을 깜빡했다고 했다. 천하태평 우리 아들~ 아빠에게 아들이 잡지를 사려고 마음먹고 4유로까지 들고 학교에 갔었으니, 이제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또 다른 교육이 될 테니 잡지를 돌려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고 했다. 아빠는 학교에 가서 잡지를 돌려줘도 되는지를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잡지를 본인이 사지 않고 돌려주도록 아이를 지도했다. 목요일에는 상황이 여유롭지 못해 잡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는 아들, 다행히 금요일에 잡지를 반납하면서 내 맘을 졸이게 한 작은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소동을 계기로 아들은 부모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법과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느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과 대화를 통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법을 배웠기를 바란다. 잡지 판매 관련해서는 아빠가 아들을 지도했으니 마지막까지 아빠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아빠가 아이를 이끌도록 했다. 과연 이번 경험이 아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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