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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15. 2019

아들이 심심할 때...

아들은 가끔 무언가를 혼자서 뚝딱 만든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19. 5. 14



수박 괴물


아들이 종이가방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을 얼핏 봤다. 종이가방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려나 보다 하고 무심히 넘겼다. 얼마 후 아들 방에서 종이 가방을 뒤집어쓴 귀여운 수박 괴물을 발견했다. 아 이러려고 종이가방을 만지작거렸구나~ 잠자기 위해 침대에 누운 아들의 다리를 주무르며 아들에게 수박 괴물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매우 짧게 대답한다. 그냥 만들어봤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만든 건지를 묻자, 방과 후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이 만드는 걸 봤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집에 와서 해봤다고 했다.


아들이 만든 수박 괴물




종이집


수박 괴물을 발견하고 나니 아들이 만든 종이집이 눈에 띄었다. 지난 주말에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수박 괴물에 대해 묻고 난 뒤 종이집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혼자서 종이를 자르고 만지작 거리다가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집 뒷면에 Tonnttu Ovi (요정 문, Tonttu가 맞는데 n이 하나 더 많다.)라고 쓰여있는 것에 대해 물으니 그냥 써놨다고 했다. 정작 문 있는 쪽이 아니고 왜 반대쪽에 있냐고 묻자 그냥 그랬단다.


아들이 만든 종이집




아들은 심심할 때 쑥쑥 자란다.


아들은 심심할 때 가끔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든다. 나무 블록, 자석 블록, 레고 등 집에 있는 장난감을 이용해 건물이나 로봇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를 오리거나 붙이고 접어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가끔 구슬을 꿰서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기도 하지만 엄마가 동생까지 달려들 것을 염려한 탓에 구슬을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다. 한때는 아빠가 만든 PETSCII Editor에 푹 빠져 PETSCII art 작업을 즐기기도 했다. 요즘 아들과 아빠는 체스에 빠져 PETSCII art를 잊어버린 듯하다.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마음이 뿌듯하지만, 항상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영상을 넋 놓고 보다가 엄마나 아빠의 말을 듣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아들은 전형적인 요즘 아이다. 가끔 지나치게 오랫동안 동영상만 보고 있다 싶으면, 그만 보라고 말리기도 하지만, 학교 숙제를 다 했다면 크게 말리지 않는다. 컴퓨터로 체스를 두는 시간도 꽤 돼서 무조건 컴퓨터 사용을 제제하기도 좀 그렇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가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컴퓨터를 멀리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끔 아들 혼자서 무언가를 궁리하고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쑥쑥 자라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숙제도 매번은 아니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들이 너무 예쁘다. 나는 아들이 지루해서 그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만의 놀이를 하고 있을 때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이 아들의 창의력이 쑥쑥 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심함을 달래는 방법을 스스로 찾듯이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2017년 PETSCII Editor로 아들 (당시 만 5살 반)이 그린 내 생일 카드, 글씨는 아빠가, 오른쪽 상단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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