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벼움과 화려함이 그녀의 헛된 꿈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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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유망주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기사를 살피다 애나 델비의 사기행각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낯선 이름이 불러오는 호기심에 애나 델비에 대해 찾아봤다. 가짜 상속녀에 대한 믿지 못할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른 일상에 빠져 금세 잊어버렸다.
그러다 지난주 BBC Podcast, Fake Heiress를 발견하며, 오래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BBC까지 관심을 가진다면 소개할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Fake Heiress와 같이 소개할 심산으로 작년에 들었던 애나 델비에 대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찾았다. 그 사이 많은 팟캐스트들이 그녀의 사기행각을 다룬 탓에 작년에 들었던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찾는 게 쉽지 않았지만,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
러시아 출신의 독일 이민자 1.5세, 애나 소로킨은 파리 패션잡지 퍼플 (패알못이라 첨 들어봤지만, 패션 업계에서는 영향력이 상당한 잡지인듯하다.)의 인턴을 거치면서, 업계의 거품을 자양분 삼아 그녀가 아닌 그녀, 애나 델비의 자아를 키운 듯하다. 얼마 후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듯 닫혀있는 뉴욕으로 건너간 애나 소로킨은 더 이상 애나 소로킨이 아닌 애나 델비였다.
뉴욕에서 애나 델비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팁으로 100달러 지폐를 뿌려댔고, 흥청망청 멈출 줄 모르는 명품 쇼핑은 물론, 친구들 함께한 시간에서 발생된 비용을 다 부담했다. 애나 델비의 미친 씀씀이를 목격한 많은 뉴요커들은 예술에 관심이 많은 유럽의 부잣집 상속녀라는 그녀의 거짓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
그녀는 스무 살의 많은 청춘들처럼 자신의 발자취를 인스타그램에 남기며,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속이며 계속해서 부잣집 상속녀의 허상을 쫓았다. 거짓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거짓이 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고 양성할 꿈을 꾸며,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복합 문화공간을 세울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허상에 지어진 그녀의 꿈은 결국 현실과 부딪히며 무너져 내렸지만, 애나 델비가 많은 이들을 속이며 상당기간 동안 호화로운 생활을 지속하며 만들어낸 여러 이야기들은 거짓 같은 현실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부자들의 이상한 나라를 엿볼 수 있는 그녀의 사기행각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