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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9. 2020

컨퍼런스콜 실용 영어

재택근무로 인한 컨퍼런스콜 홍수에서 즐길 수 있는 빙고게임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신제품! 필수 사무용품! 컨퍼런스콜용 빙고판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을 때, 전 직장을 떠난 동료들이 속한 페북 그룹에 누군가가 컨퍼런스콜 빙고를 올려놨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통한다는 댓글부터 컨퍼런스콜에 필요한 영어는 이것이 전부라는 댓글까지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속한 회사가 달라졌어도 컨퍼런스콜은 변하지 않는다는 댓글과 오전 9시인데 벌써 빙고를 세 번이나 외쳤다는 댓글까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가장 특이한 댓글은 "Would the gentleman using the toilet, please wash his hands?"였다. 빙고판 내용이 묘사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전 직장의 그 시절이 떠오르며 아득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컨퍼런스콜 빙고판 필요하신 분! 출처: 전 직장을 떠난 동료들이 속한 페북 그룹에서 퍼왔소!



컨퍼런스콜의 대부분은 시간낭비다!


글로벌한 회사에 일했었기에 컨퍼런스콜은 다양한 억양의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직접 만나서 들어도 피곤할 수 있는 억양의 영어를 음질이 떨어지는 컨퍼런스콜로 들어야 할 때는 상당히 괴로웠다. 넘쳐나던 컨퍼런스콜 요청에서 거른다고 걸러서 참석한 컨퍼런스콜에서 업무와 연관성이 적음을 깨닫고 부아가 치밀 때도 있었다. 게다가 가끔 '잘 들리니?', '머라고 했니?' 등으로 점철되며 시간을 낭비하다 컨퍼런스콜이 취소될 때도 있었다. 또한, 꼭 참석해야 하는 사람이 참석하지 않아서 취소되는 경우나, 회의를 진행하다 뒤늦게 담당자를 초대하지 않은 게 밝혀져 회의가 진행되지 않은 적도 있다. 심지어 관찰자로 참여한 회의에서 나를 담당자로 착각한 사람의 항의 폭격을 당한 적도 있다. 사실 그때 나는 내가 담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항의가 나를 향했던 것도 몰랐다. 후에 책임자가 그 사람의 행실을 대신 사과한 후에야 그 거친 말들이 나를 향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컨퍼런스콜에 무용론을 주장하며, 특히 인도 억양 영어 듣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나에게 인도 억양 영어는 들리긴 다 들리는데 단어로 끊겨서 들려서 내가 머릿속으로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의 인도 억양의 영어에 대한 불평에 친구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영어가 상당히 유창한 한국인 친구, 그의 호주 상사, 인도 동료가 컨퍼런스콜을 하였다. 인도 동료의 억양의 상당히 강해 알아듣기 힘들어하던 친구는 컨퍼런스콜 도중 호주 상사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재 도대체 머라는 거니? 넌 알아들을 수 있니?'라는 어조의 메시지에 친구는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표면상 컨퍼런스콜은 잘 진행되었지만, 사실상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던 호주 상사는 결국 컨퍼런스콜 말미에 오늘 회의를 요약해서 메일로 보내라며 위기를 넘겼다. 컨퍼런스콜을 왜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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