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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26. 2020

유쾌하고 달콤한 화장지

친구의 마흔 살 생일을 축하하며 우리는 달콤한 농담을 한껏 즐겼다!

배경 이미지 출처: https://ronttosrouva.fi/tuote/vessapaperirullakakku/



지지난 주 일요일 친구의 언니가 페북 메시지로 친구 생일에 꽃과 케이크를 배달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미국에서 온라인상으로 꽃과 케이크를 주문을 하려는데 언어장벽으로 인해 쉽지 않은 듯했다. 웬만한 상점들은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아 딱히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어 월요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의 생일이 화요일이라 케이크 주문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다. 혹시 몰라 생일인 친구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친구에게 물어 주변지역 케이크 집들을 알아두었다. 


월요일, 먼저 친구의 언니가 골랐던 케이크 가게에 전화를 걸었다. 가게를 직접 방문한다면 케이크를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거리가 상당해서 배달 가능성을 물었다. 전화를 응대하던 분은 영어가 불편한지 웹사이트에서 주문을 하라고 했다. 배달은 주문 시점에서 최소 이틀 후에 가능했고 친구 생일은 다음 날이었다. 대안으로 친구 집 근처의 가게들에 연락을 해보았으나, 다들 시간이 촉박해서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처음 가게에 다시 전화를 걸어 웹사이트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혹시 다음날 배달이 되는지를 물었다. 배달 담당자에게 문의 후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친구 언니를 도와주기로 한 걸 잠시 후회했다.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케이크를 사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싫었다. (코로나의 위세가 한풀 꺾였지만 나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냥 생일도 아니고 40살 생일인데, 케이크가 없는 것도 아니지 싶었다. 결국 직접 치즈 케이크를 굽기로 결심했다. 레시피를 검색하고 필요한 재료를 사 왔다. 


친구 언니에게 아무래도 생일날 케이크 배달이 어려울 것 같아 직접 구워주겠다고 했다. 미국과의 시차 덕에 케이크 반죽을 섞고 있을 때 친구의 언니의 답변이 왔다. 제 날짜가 아니어도 좋으니 케이크를 주문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생일 당일에 케이크를 주려고 생각지 않던 수고를 하고 있었건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있을 때 케이크 가게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날 배달해줄 수 있다며, 배달 정보를 메일로 보내면, 결제 페이지 링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달콤한 화장지를 주문했고, 중간에 멈출 수 없었던 치즈케이크 또한 맛있게 구워졌다.


생일 당일, 나는 친구를 위해 생일 선물로 맛있는 한 끼를 준비했다. 김치, 오이소박이, 버섯전, 호박전, 갈비, 닭고기 튀김, 볶음면, 밥을 챙겼다. 전날 구웠던 치즈케이크는 달콤한 화장지가 도착할 예정이라 원래 주려던 케이크는 집에 두고 내가 맛보려고 작게 구운 케이크를 포장했다. 친구 언니에게 부탁받은 꽃다발을 사서 친구네 집으로 향하는 중에 달콤한 화장지를 받은 친구의 유쾌한 메시지를 받았다. 배달 온다는 물건이 이거냐고?


화면상으로만 봤던 화장지 케이크는 딱 화장지 크기였다. 하얀 슈가 폰던트로 감싸진 케이크 안은 정작 케이크의 빵 부분은 상당히 적었고, 망고 파인애플 무스가 주를 이뤘다. 빵 부분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설탕 범벅이라 달기만 한 슈가 폰던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화장지 케이크를 감싸고 있던 슈가 폰던트는 의외로 맛있었다. 친구의 반응과 케이크의 달콤한 덕에 케이크를 주문하기 위해 겪었던 우여곡절이 더 이상 수고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흔 살 생일 친구가 받은 달콤한 화장지


나는 친구 덕에 한동안 디저트로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즐길 수 있었다.


화장지 사재기 열풍을 풍자한 화장지 케이크는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기사를 접했을 때 케이크가 흥미롭다 생각했지만, 직접 맛을 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우연히 친구 덕에 화장지 케이크의 유쾌함과 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가격은 결단코 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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