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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18. 2020

아들의 새가슴 진료 이야기

간호사, 의사 진료가 모두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0. 11. 17



아들의 새가슴 진료


낮 12시가 넘어서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에는 전화 건 사람을 알 수 없는 "Private number"라는 문구가 떴다. "Private number"는 보통 쓸모없는 광고 전화가 주를 이루지만, 아들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아들 학교 담당의였다. 아들은 가슴 문제로 오늘 진료 예약이 잡혀있었다. 그 결과를 통보하는 전화였다. 의사는 아들이 새가슴이지만, 전혀 문제없다는 소견을 내었다. 진료 중에 아이가 아빠도 어린 시절 가슴이 돌출되어 있었다고 언급했다면서 비슷한 경우일 것이라는 추측을 더했다. 추가적인 검진은 필요 없으나, 아이가 통증이나 이상을 호소하면 그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했다. 아들 학교 담당의의 전화 한 통에 마음 한쪽에 남아 있던 작은 우려가 사그라졌다.


지난여름부터 아들의 가슴이 도드라져 보여서 새가슴이 아닐까 염려했다. 문제가 될지 아닐지를 알 수 없어 진료를 받게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가 당장 통증을 호소하지 않아 진료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10월 말이 되어서야 학교 간호사에게 아들의 가슴을 봐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며칠 뒤 간호사 진료 예약이 잡혔고, 아들에게 시간 맞춰 학교 간호사실로 가라 일렀다. 예약시간이 수업과 겹쳐 아들 담임선생님에게 알림 메일을 보냈다. 간호사는 새가슴일 뿐 정상이라는 소견 메일을 보내왔다. 학년 내에 학교 담당의가 아들의 가슴을 검진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말과 함께, 만약 통증을 호소한다면 가까운 보건소에 연락하라는 조언도 첨언했다. 그리고 어제 아빠가 의사 진료 예약 통보 전화를 받았다. 간호사 검진 때처럼 아들에게는 시간 맞춰 의사를 보러 가라는 당부를, 담임 선생님에게는 알림 메일을 보냈다.



한국 vs 핀란드 다른 진료 시스템, 어느 것이 좋을까요?


문득 한국이었다면 빨리 아들이 괜찮다는 검진 결과를 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핀란드라서 병원을 찾고 병원에 아이를 직접 데려갈 수고를 피했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메일로 학교에 상주해 있는 간호사에게 상의하면, 간호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물론 급하게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는 가까운 보건소로 가면 된다. 


바로바로 의사를 볼 수 있는 한국과 비교해 핀란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느린 경우가 많. 그러나 학교 시스템 안에서 아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핀란드의 시스템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학교 담당 간호사와 의사의 진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지 않아도 메일이나 전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율적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도 높다. 어느 나라의 시스템이 더 좋다고 하기에는 서로 다른 장점이 눈에 띈다. 


핀란드의 삶이 익숙해지는 걸까? 한국의 빠른 의료시스템이 그립기도 하지만 느리지만 효율적인 핀란드 시스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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