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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Jan 11. 2021

세상 무관심! 아들...

웬만한 세상사엔 무관심! 그러나 모든 일에 그런 건 아니니 다행이다!

배경 이미지 출처: 내 모바일 갤러리

2021년 1월 9일 토요일 온 가족이 썰매 타러 외출했을 때 바닷가에서 아들에게 사진 찍게 해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협조한 아들의 사진, 평소 잘 협조를 안 하는데 웬일로!!! 덕분에 맘에 드는 사진이 똬~




아들 담임선생님의 휴직 선언


핀란드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은 초등학교들이 한 선생님이 6년간 담임을 맡는다. 3학년인 아들의 담임선생님도 1학년 때부터 쭈욱 함께 하셨다. 그런데, 그 담임선생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을 하셨다. 100년 정도 되는 오래된 집의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와중, 담임선생님의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서 급작스레 늘어난 삶의 무게를 줄이고자 교사란 직업을 잠시 내려놓고 가정에 집중하겠다는 안내 메일을 지난 12월에 받았다. 메일에는 반 아이들에게는 다음날 직접 알리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우리에게 별말이 없었다. 아들에겐 담임선생님의 휴직이 별일 아닌 걸까? 아들에게 우리와 나눌 학교 소식이 없는지 물었지만, 어깨를 으쓱할 뿐... 결국 답답한 우리가 담임선생님의 휴직에 대해 묻자, 아들은 선생님이 이미 부모님께는 메일로 알려드렸다고 했다고 아는 이야길 굳이 뭐하러 또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임시 담임선생님은 어때?


핀란드의 겨울 방학은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시작해 핀란드 공휴일 중 하나인 Epiphany(주현절, 1월 6일)에 끝난다. 다음날인 1월 7일은 한겨울이지만 봄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짧지만 심적으로 너무나 길었던 겨울 방학이 끝나고 아들은 등교를 했다. 하교시간보다 늦게 돌아온 아들은 묻기도 전에 집에 들어서자마자 밖에서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함께 숙제를 하다 왔다고 했다. 영하 3도는 되었을 텐데... 추운 날씨에 밖에서 엉거주춤 숙제를 했을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다가 새 학기 첫날에 대한 소감을 묻는 것을 잊었다. 아들의 잠자리에 든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에게 임시 담임선생님에 대해 아들이 언급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역시나...


다음날, 다행히 잊지 않고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새로운 선생님에 어떠냐고 물으며 대화를 시도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괜찮다 또는 나쁘지 않다는 의미라 짐작했다. 전 담임선생님은 어땠는지, 전 선생님과 비교해서 새 선생님은 어떤지를 물어도 아들은 어깨를 으쓱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별 반응이 없었다. 아들의 무던한 반응을 선생님이 바뀌어도 학교 생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관심이 없다로 이해했다. 아들의 시원찮은 대답에 몸짓이 아닌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새 선생님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러나, 아들은 어깨를 으쓱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들!



세상 무관심! 아들아, 엄마 이름은 아니?


새로운 선생님의 이름이 무엇인들 어떠리라는 태도를 보인 아들에게 엄마 이름을 물었다. 아들은 시간이 걸렸지만, 다행히 엄마 이름을 기억해 냈다. 예전에 한번 엄마 이름도 모른다고 야속함을 표현한 뒤로는 엄마 이름을 머리 한쪽 구석에 저장해놓은 것 같다. 세상 무관심인 아들이 그래도 엄마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여기며, 엄마의 성을 물었다. 성이라는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성이 핀란드 말로 sukunimi라며 물었더니, 아들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어깨 으쓱하기로 대답을 대신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 이름을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 이름을 말했다. 대답 속도에 살짝 맘이 상하긴 했지만, 아빠의 성도 물어봤다. 또다시 어깨를 으쓱하더니, 잠시 뒤 자기의 성과 같은 아빠의 성을 말한다. 아빠랑 같은 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깜빡하는 아들에게 엄마 성은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엄마의 성을 말해주며 아들을 아파트 문밖으로 이끌어 문 앞에 쓰여있는 엄마와 아빠의 성을 가리켰다. 아들아, 문 앞에 쓰여있는 글씨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니? 아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았니?



아들은 대체로 일상에 참 무관심하다. 그래서 그런가 아들이 가끔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면 조금 시끄러워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며 한동안 아들을 바라보게 된다. 평소 참 조용한데, 무언가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면 아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진다. 목소리 크기가 아들의 관심과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 같아 시끄럽지만 그냥 바라만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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