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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9. 2021

핀란드 초3 체육: 썰매? 스케이트?

놀이인가 수업인가? 썰매만 탄 체육시간, 썰매 안 탈 땐?

배경 이미지 출처: 내 모바일 갤러리

2021년 1월 4일 아빠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남매를 데리고 썰매 타러~ 안나라 (Annala Villa) 건너편 언덕, 안나라 언덕보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가 짧다. 




썰매 (2021. 1. 13)


딸은 어린이집, 아들은 학교로 향할 준비를 하는 평범하지만 분주한 아침! 호밀빵에 치즈, 삶은 계란을 얹은 오픈 샌드위치와 오이와 방울토마토 몇 개가 아들의 아침식사다. 눈이 한 껏 쌓인 헬싱키, 그가 뜬금없이 아들에게 썰매를 챙겨주란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내게 체육 준비물이라고 첨언한다.


어디서 썰매를 탔을까 궁금하여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체육시간에 대해 물었다. 학교에서 걸어서 15분에서 20분 걸리는 우리 동네 썰매 명소인 안나라 저택 (Annala Villa) 언덕에서 체육시간 내내(12:30~14:05, 학교와 안나라 저택 왕복 시간 제외) 썰매 타기를 즐겼다고 했다. 아이들은 맘껏 썰매를 탔고, 선생님은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이런 쓰릴 만점 체육시간이라니~



스케이트? 아니, 날씨가...


눈이 충분히 온 날씨 덕에 체육 시간이 썰매 타기로 채워지자 보통의 체육시간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스케이트 수업 관련 이메일이 체육 수업에 관한 나의 관심을 붙잡았다. 메일은 몇 주 뒤에 있을 스케이트 수업을 위해 스케이트가 없는 학생은 사이즈에 맞는 스케이트를 학교에서 빌릴 수 있도록 신청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케이트 수업은 취소됐다. 학교 옆 야외 테니스장에 물을 뿌려 만들어 놓은 임시 스케이트장의 얼음이 며칠간 지속된 영상의 날씨로 녹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취소된 스케이트 수업은 술래잡기콘 달리기로 대체되었다. 놀이 같은 체육이라...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의 체육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공을 반에서 제일 잘 피해서 피구를 좋아했던 기억만 있을 뿐 별다른 기억이 없었다. 나도 놀이와 같은 체육 수업을 받았을까? 머 피구는 내게 신나는 놀이였으니...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면 스케이트 수업을 할 것이라는 안내 메일이 왔지만, 정작 추워지자 눈이 많이 내려 스케이트장을 사용할 수 없는 탓에 스케이트 수업은 다시 미뤄졌다. 이번 겨울에 스케이트 수업을 하긴 하려나?


눈이 많이 와서 스케이트 수업이 취소된 날, 아들은 체육시간에 종이, 연필, 지우개를 손에 든 채 눈밭을 뛰어다니며 게임을 했다. 손짓 발짓과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설명에 그림까지 더해진 아들의 노력 덕에 이해할 수 있었던 게임은 흥미로웠다. 간단한 수학 문제와 기호가 적혀 있는 종이를 찾아 문제를 풀고 해당 기호에 맞는 동작을 수학 문제의 답만큼 반복하고 기록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이라면 흥분하고 이기려 하는 아들에게는 잘 맞는 수업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모자라 다 풀지는 못했지만, 반에서 제일 많이 풀었다는 아들은 성취감에 반짝였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적으면서 돌아다니다 흥분한 아들은 눈 속에 지우개를 떨어뜨려 잊어버렸다는....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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