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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5. 2021

남매의 다툼

시비 거는 아들과 할퀴는 딸,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었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1. 1. 30


남매의 다툼


토요일 저녁,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무렵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투닥거리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이것저것 하느라 아이들을 지켜보지 못한 나는 어리둥절하며 사건 현장을 바라봤다. 상황을 어느 정도 목격한 그는 딸을 훈육시키며 침실로 격리시켰다. 아들은 몸을 웅크리며 고통에 몸무림 쳤다. 만 5살과 9살, 아직 희로애락의 표현을 감정의 크기만큼 소리 지름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의 목격담, 딸의 하소연, 아들의 설명을 종합해 상황을 파악했다. 딸은 소파에서 담요로 오두막을 만들고 있었다. 유독 동생에게 장난을 거는 아들이 딸의 놀이에 끼어들어 담요를 걷어냈다. 순식간에 망가진 오두막에 감정이 폭발한 딸이 매우 의도적으로 손톱으로 아들의 몸을 마구잡이로 할퀴었고, 갑작스러운 아픔에 놀란 아들은 비명을 질렀다.


둘 다 울고 있었지만, 그가 있었고, 딸은 감정이 폭발한 울음이었고, 아들은 고통에 찬 울음이었다. 아들에게 달려가 아들을 달래며 몸을 살폈다. 딸이 양손으로 양 것 긁어놓았으나, 심하진 않았다. 아들을 꼭 안아주며 달랬지만, 틈만 나면 동생을 골리려 하는 태도는 고쳐야 한다는 주의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에게 이미 한소리 들은 딸을 들여다보았다. 울먹이며 자신을 변호하려 애쓰는 딸에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다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들을 잠자리에 들게 했다. 내가 딸을 재우는 날이라 딸과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었다. 엄하게 꾸짖기만 했기에 잠자리에선 딸을 안아주며 달랬다. 오빠가 놀이를 방해해서 속상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그러자 딸이 울먹이며, 오빠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낯선 오빠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에 오빠가 죽는 줄 알았다며 울었다. 


삼 남매의 막내로 자란 나는 남매 사이가 항상 좋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내 어린 시절은 폭력이 어느 정도 용납되던 시절이라 몸싸움도 상당했다. 다행히 서로에게 원수가 되진 않았고, 멀리 떨어져 살아도 여전히 사이좋게 (?) 지내는 것 같으니, 어린 시절 투닥거림 덕택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들은 시대에 맞게 폭력은 생략하고 적당히 투닥거리며 우애를 다져 갔으면 한다. 훗날 대체로 행복한 어린 시절로 기억될 수 있도록...



2021. 1. 31


다툼의 대가


다툼 덕에 다음날 둘은 컴퓨터 사용이 금지되었을 뿐 아니라, 격리조치가 취해졌다. 틈만 나면 동생을 골리려는 아들과 아들의 웬만한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그날의 규칙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딸은 아들방 (잠잘 때만 아들방이지 둘이 같이 쓰는 방이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아들은 거실 소파에서 책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을 읽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둘이 서로 떨어져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슬금슬금 거실로 나온 딸과 슬금슬금 방으로 향한 아들은 방문 앞에서 만났고 종종 부딪혔다.


덕택에 새로운 규칙을 하나 추가했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경고였다. 경고 5번 이상 누적 시 컴퓨터 사용금지를 하루 연장시키기로 했다. 아이들은 하루 컴퓨터 사용 금지를 꺼려해 조심했지만, 종종 선을 넘었다. 경고 부여는 아빠의 아침식사를 준비한 아들의 노력과 같은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을 무시하고 부적절한 행동만 세는 것 같아 경고 삭감도 추가했다. 그러나 결국 두 아이 다 사이좋게 경고 5번 이상 누적으로 컴퓨터 사용금지가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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