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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10. 2021

아빠! 엄마처럼 단발로 해주세요~

긴 머리가 이쁘니, 계속 기르는 게 어떨까? 라푼젤도 머리가 길자나~

배경 이미지: 2019년 12월 24일 할머니와 함께 한 크리스마스 휴가, 구르퍼 마는 할머니를 따라~




우리 집 야매 미용사, 그가 내 머리를 단발로 잘라줬다.


우리는 아이들의 머리가 길어지면 집에서 주로 아빠가 다듬어준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해본 적이 없다. 아주 가끔 특히 딸의 앞머리가 눈을 찌르려 할 때 그가 머리 손질을 차일피일 미루는 느낌이 들 때면, 성질 급한 내가 머리를 다듬어주기도 한다. 


나만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미용실을 간다. 코로나 사태로 미용실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머리가 거추장스러워질 정도로 자랐다. 머리카락이 적당이 굵고 숱이 많아 긴 머리가 무거웠다. 게다가 잘 때 머리에 치이는 느낌까지 더해져 머리를 자르고 싶은 마음이 하늘을 찔렀다.


미용실은 가기 싫고, 혼자 어떻게 할 순 없기에, 지난가을부터 우리 아이들 야매 미용사인 그에게 머리를 단발로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내게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삼가는 마당에 실수해도 괜찮다 했지만, 그는 부담스러워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전쯤 내가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머리를 잘라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내 머리를 단발로 잘라주었다. 그럴듯하게~



엄마처럼 단발로!


딸은 아빠가 잘라 준 엄마의 단발이 상당히 맘에 들었나 보다. 이쁘다며 엄마와 같은 머리를 하고 싶다고 종종 말했다. 앞머리가 자라서 눈에 닿으려고 해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하자 딸은 엄마처럼 단발로 뒷머리도 잘라달라고 했다. 그에게 딸의 요청을 전달하고 그와 딸을 욕실로 들여보냈다. 잘린 머리카락 치우기도 편하고 바로 씻을 수 있기에 우리는 욕실을 미용실로 이용한다.


그런데, 그는 딸의 앞머리만 다듬었다. 어찌 된 일인지 물었더니, 그가 딸을 잘 설득해서 머리를 계속 기르기로 했다고... 핀란드 아이들처럼 머리카락 구겨져서 뭉치는 머리가 아니라 긴 머리가 가능한데 굳이 머리를 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 간혹 딸의 대모가 아이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며 감탄하긴 했지만, 당연하다 받아들였는데, 그에게 그런 딸의 긴 머리가 지켜주고 싶을 만큼 어여쁘게 보였나 보다.


그가 엄마의 단발이 이쁘다던 딸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얼마 전 딸이 봤던 라푼젤 애니메이션의 라푼젤의 긴 머리를 언급하며 계속 머리를 기르면 좋을 것 같다며 딸을 설득했다고 했다. 라푼젤처럼~ 에효~ 단발도 이쁘고 긴 머리보다 편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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