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코로나에 대한 대처가 한국에 비해 느슨한 것 같은데...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아들도 다녔었고 딸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동네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규모가 작다. 크게 1~3세, 3~5세, 5~6세, 세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세 그룹 아이들을 다 합쳐야 50명 정도가 되는 소규모 어린이집이다. 이중 5~6세가 유치원생들이다. 코로나의 여파는 이 작은 어린이집에서도 아주 가끔 소식을 전했는데, 그나마 그 소식도 2주 전에 감염된 사람이 다녀갔다는 정도라 따로 손 쓸 일도 없고 아이들은 무탈했기에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1월의 어느 날 그가 친한 이웃의 둘째가 자가격리 중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 집 첫째가 우리 아들과 같은 반이고 둘째는 딸보다 한 살 많은데 딸이랑 같은 어린이집인지라 신경이 쓰이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알레르기가 있어 가려먹는 것도 많고 평소 종종 아픈 아이라 조심하나 보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자가격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의문점이 커졌다. 왜? 어디서 접촉이 있던 걸까? 그 집에서 둘째만 자가격리면 첫째는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는 건가? 첫째와 매일 같이 등교하는 우리 아들은? 핀란드는 자가격리가 한국보다 느슨한 것 같은데 과연 제대로 자가격리를 할까?
당장 내 질문에 답을 알 길이 없기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다행히도 그가 답을 조금씩 물어다 줬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자가격리 중인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이웃의 근황을 내게 전했다. 이웃 둘째의 자가격리는 어린이집 유치원생의 코로나 양성 판정에 따른 조치였다. 따라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유치원생 대다수가 자가격리 중이었다. 게다가 이웃 아이들의 엄마 또한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자가격리 중이었다. 그녀는 지병으로 인해 고위험군에 속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집으로 피신을 했다. 다행히도 코로나를 피해 숲 속 별장으로 피하신 친구 부모님의 헬싱키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어린이집 알림 메일이 내게는 오지 않는 관계로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유치원생과 밀접접촉자들이 자가격리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이웃과의 대화 후에야 그는 어린이집 알림 메일을 자세히 살펴봤다.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작아서 공간을 돌아가며 나눠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린이집 아이들 모두가 자가격리가 아니라니 의아했다. 딸을 데리러 가는 그에게 밀접접촉자의 정의를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딸과 함께 돌아온 그는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유치원생과 15분 이상 같은 공간에서 있었을 경우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래서 유치원생 그룹이 아닌 딸은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었다.
유치원생들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가끔 딸을 데리러 갔을 때 마주친 어린이집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이집을 따로 소독하거나 하는 방역은 없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은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꼭 착용했다.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어서 일부 교사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부모들은 이미 예전부터 하던 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유치원생 대다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가 줄은 게 눈에 띄었다.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자가격리 중인데 유치원생 오빠를 둔 동생이 나오면 찜찜할 것 같았는데, 딸과 같은 그룹에 있는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딸과 곧잘 어울려 노는 아이라 불안한 마음에 습관처럼 딸에게 그 아이의 등원 여부를 물었다. 아이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어린이집을 나오지 않았다. 눈치챌 수는 있지만, 자가격리 대상이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딸의 친구가 계속해서 보이지 않았던 탓에 그 아이의 오빠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가족이라 자가 격리 중이라 짐작했다. 그가 어깨너머로 들은 F의 코로나 회복 소식이 나의 추측을 사실로 확인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