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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25. 2021

딸의 거침없는 붓놀림

나라면 무엇을 그려야 하나 망설일 시간에 딸은 거침없이 붓을 놀린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1. 2. 24


주말에 남매는 신나게 놀고 싸우다가 도가 지나쳐 나에게서 컴퓨터 사용 일주일 금지라는 화끈한 처방을 이끌어냈다. 나의 극약처방에 남매는 실망했고, 그는 도대체 누굴 위한 처벌이냐며 좌절했다. 남매가 컴퓨터 없이 시간을 보내면 부모인 우리의 손이 더 많이 갈 텐데... 더구나 아들은 일주일간 스키 방학이라 집에서 머무는데... 그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남매가 칭찬받아 마땅한 일들을 하면 처벌기간이 짧아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남매는 점수를 따기도 잃기도 하며 일주일을 4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없이 놀기 위해 딸은 붓과 물감을 거실에 늘어놓은 채 물통을 나에게 내밀었다. 배추김치를 담고, 양배추 무생채, 가지볶음, 버섯 호박볶음, 돼지고기 수육을 만드느라 지쳐버린 나는 딸의 그림을 보고 싶었지만, 뒷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오늘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그에게 부탁하라고 제안해주었다. 그렇게 딸은 오래간만에 붓을 잡았고 세 점의 그림을 그렸다. 첫 번째 그림은 나비를, 두 번째는 하늘과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내리는 무지개를, 마지막엔 소녀와 portal (이걸 어떻게 번역하나?)을 그렸다. 마지막 그림의 포털에 대해 묻자, 딸은 소녀가 파티로 갈 수 있는 문이라고 야무지게 설명해주었다.  


망설임 없는 딸의 그림들


딸의 유쾌한 미술 시간을 영상으로 남겨보았다.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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