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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26. 2021

숫자를, 덧셈을 배워요!?

딸은 체스를 배우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덧셈을 덤으로 배웠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1. 2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딸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을까? 귀 기울여보니 저쪽 방에서 아빠와 조곤조곤 대화하고 있는 딸의 목소리가 옅게 들려왔다. 무슨 대화를 다정하게 하고 있을까 궁금해 가보니 딸이 아빠와 같이 보고 있던 학습지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였던듯)를 내밀었다. 덧셈 문제가 빼곡히 채워진 페이지엔 딸이 쓴 숫자들이 눈에 띄었다. 딸이 써놓은 답을 빠르게 살피고 있는 내게 그가 숫자를 어설프게 썼지만 덧셈 자체는 거의 다 맞췄다고 했다. 계산 틀린 첫 문제와 숫자 5와 9의 좌우를 바꿔 쓴 것을 제외하면 훌륭했다.


유치원생이 되는 가을에야 덧셈 개념을 놀이로 접하게 될 텐데, 벌써부터 곧잘 하다니... 역시 우리 딸이구나! 뿌듯해하며 돌아서는 나와 달리 그는 딸의 숫자 쓰기를 교정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딸이 어린이집 간 사이에 그가 숫자 쓰기 연습지를 직접 만들었다. 딸은 기뻐하며 아빠가 건네준 숫자 연습지를 열심히 채웠다. 딸의 반응에 신난 그는 다음날 딸을 위해 체스 기물 점수를 활용한 덧셈 문제지를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학습지 덧셈의 답을 그와 함께 확인한 딸은 본인이 덧셈을 상당히 잘한다는 사실을 기뻐하면서도 의아해했다. 딸은 어쩌다가 덧셈을 잘하게 되었을까? 이게 다 체스 때문이다! 아들 덕에 시작된 그의 체스 덕질은 자연스레 딸에게 체스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졌고, 딸은 체스를 배우면서 체스 기물의 점수를 열심히 따지는 그 덕에 덧셈을 덤으로 배웠다. 그는 딸에게 체스를 배우며 덧셈을 덤으로 배웠다고 설명해줬고 딸은 금세 수긍했다. 그래서 그가 딸을 위해 숫자가 아닌 체스 기물 점수를 활용한 덧셈 문제지를 만들었나 보다.


딸은 그가 만든 덧셈 문제지를 오답 없이 즐겁게 풀었다. 딸이 자랑스러웠던 그는 문제지를 사진 찍어서 이미지를 친지 (딸의 할머니, 고모, 대모 그리고 체스를 같이 즐기는 친구)에게 메시지로 보냈고, 문제지를 추억으로 보관하기 위해 뒷면에 날짜를 적고 보관함에 살포시 넣어두었다. 사실 내가 부추겨서 날짜도 적었고 보관함에도 내가 넣어두었다. 그러나 난 친지에게 자랑질은 부추기지 않았다!


순서대로 학습지, 그가 만든 숫자 쓰기 연습지와 체스 기물을 활용한 덧셈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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