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직도 살아계시냐고 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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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의 어른들(나의 부모님을 일컬었다.)은 아직 살아있어?
올 초였던가? 작년 말이었던가? 잠자리에서 딸이 내게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다. 마치 살아계시면 안 되는 분들이 살아계신다는 것처럼 들려 마음이 저렸다. 멀리 살아 만나기 어렵지만, 내 하루하루가 벅차 종종 잊고 살지만, 그래도 살아계시다는 게 당연한 내 버팀목들이신데... 한국을 떠나면서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존재가 내게서 서서히 희미해져 할머니의 부고에 상당히 무덤덤했던 내가 떠오르며, 내 부모님과의 헤어짐도 그렇게 흘러가면 어쩌나 두려워졌다.
속상했지만 그저 호기심에 천진난만하게 질문한 딸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딸에게 왜 그런 걸 묻는지 물었다. 일곱 형제들 책에서 일곱 형제들은 어른들이 없었다는 의외의 대답을 하는 딸... 나는 운 좋게 아직까지 두 분 다 계셔서 좋고, 그는 한분은 가셨지만 여전히 한분이 계시다며, 사람마다 다르다고 설명을 하고 거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나도 모르게 딸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없었으면 좋겠냐며 퉁명스럽게 되물어버렸다. 나의 어른스럽지 못한 질문에 딸은 울먹였고, 나는 나의 못남을 반성하며 딸을 다독였다. 딸이 다 자라도 오래도록 지금처럼 따스한 시선으로 딸을 바라보며 행복하고 싶다고...
그 뒤에도 딸은 여러 번 잠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같은 질문이었지만, 순수한 호기심이 배어있을 때도 있었고, 슬픔이 서려있을 때도 있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그 질문은 나를 한없이 흔들었다. 문득 일곱 형제들이 부모가 없다는 이야기가 책 속의 어떤 내용보다도 더 딸에게 각인되어서 자꾸 물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뎌질 때쯤 딸의 질문도 멈추는 것 같았다.
어제 갑자기 잠자리에서 딸이 자신이 어른이 되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더라도, 나의 어른들이 아직 살아있듯이 자신의 어른인 내가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지금 딸이 내게 가져다주는 행복을 그때도 느끼고 싶다고, 딸의 존재 자체가 내게는 커다란 행복이라고, 행복하게 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감격에 겨워 딸에게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어쩌면 딸은 책의 형제들처럼 어른이 없는 삶이 두려워 그렇게 묻고 물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닐까?
딸이 읽은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The Seven Dog Brothers이 아닐까 추측된다. The Seven Dog Brothers는 핀란드어로 처음 쓰인 소설로 의미가 있는 Seitsemän veljestä (일곱 형제들)을 각색해서 동화로 쓰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