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서라면 때론 인형도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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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씻기고, 아이들 운동화도 빨고, 나도 씻고... 어쩌다 보니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과 겹쳤다. 그래서 그 혼자 아이들 잠자리 준비를 돕고, 딸을 재우기로 했다. 씻고 나와보니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집안 공기가 차분해져 있었다. 그런데 딸의 강아지 인형이 내 책상 위에 살포시 놓여있었다. 응? 뭐지? 딸이 잘 자라는 인사를 못해서 아쉬웠나? 귀여운 것! 아니, 인형 엉덩이가 터졌구나! 바로 바느질해주면 좋겠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인형을 소파로 던져놓았다. 눈에 거슬리면 더 빨리 고쳐주겠지.
딸을 재우고 나온 그는 딸이 강아지 인형 엉덩이에 튀어나온 실밥을 잡아당겨 인형의 엉덩이가 터졌다고 했다. 딸은 바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 망가졌다며 울먹였다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딸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퍼했을 모습이 내 머릿속에 어려움 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강아지 인형이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아닐 텐데, 역시 연기에 재능이...
다음날 아침, 침대를 정리하다 보니 검은 천 조각이 눈에 띄었다. 어디서 떨어진 걸까 잠시 궁리를 하다 강아지 인형 엉덩이가 떠올랐다. 전날 피곤해서 손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꼬리 없이 터진 엉덩이를 꿰맬 뻔했다. 그랬다면 딸 몰래 꼬리를 버렸겠지... 꼬리의 위치가 아리송했지만, 자세히 보니 살짝 눌린 자국이 있었다. 뜯어진 내 겨울옷은 귀찮아서 겨우내 고치는 걸 미루고 미뤘는데, 딸의 인형은 빨리 고쳐주는 게 상책이다. 시시때때로 고쳐달라 보채는 딸에게 버럭 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