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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20. 2021

요즘 왜 이렇게 clumsy하지?

서투름... 잠시 휴식이 필요해!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요즘 왜 이렇게 clumsy하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과의 짧은 대화를 제외하곤 한국어로 대화할 일이 드물다 보니 내 생각을 묘사해줄 한국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영단어가 그 자리를 살포시 메우곤 한다. 예전의 나라면 꼴불견이라고 했을 영어 마구 섞어 쓰기를 시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잘난척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모자라서 그런 것이다. 그 모자람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습관처럼 영단어가 튀어나온 자리를 대체할 한국어를 떠올리려다 사전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애써 찾은 한국어 단어가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서로 다른 언어에서 어감이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 찾기가 어렵다지만, 밀려오는 답답함은 어찌해야 할까?


언어만 서툴어진 줄 알았지만, 요즘은 몸도 내 맘 같지 않다. 머리도 말을 안 듣는데 몸뚱이 너마저도... 흑! 장을 보러 가서 10개들이 계란을 집었다. 평소 습관처럼 깨진 계란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열어서 훑어보려던 찰나에 계란 한 개가 또르르 자유낙하를 했다. 그런데, 그냥 얌전히 떨어지지 않고 바구니에 톡 하고 부딪히더니 팍 깨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미 바구니에 여러 가지 식료품들을 채워 넣었는데, 깨진 계란의 일부가 바구니 안으로 흘러 들어가 몇몇 제품들의 포장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못된 사람처럼 이미 고른 물건을 버리고 새로 장보기도 싫었고, 계란이 묻은 제품들을 닦는 것도 귀찮았다. 바닥은 그렇다 쳐도 내가 저지른 일로 오염된 제품은 내가 사는 게 맞으니 가방을 뒤져 화장지를 꺼내 계란을 닦아냈다. 


어쩌다 실수했다고 넘기기엔 요 근래 다양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와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나물을 먹고자, 250g씩 포장된 시금치 두 봉지를 씻고 데치고 물기를 뺀 뒤 양념을 넣어서 맛있게 무쳤다. 한참 뒤 바닥에 시금치 봉지에 씻지 않은 시금치 한 줌이 눈에 띄었다. 시금치를 다 씻은 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브라우니 치즈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급한 맘에 순차적으로 준비하던 브라우니 반죽과 치즈 반죽을 동시에 준비했다. 신나게 치즈 반죽에 부어야 할 생크림을 초코 반죽에 부었다. 아뿔싸! 초코 반죽에 부었던 생크림을 조심스레 치즈 반죽으로 다시 부어서 사연 있는 브라우니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다. 새로 산 접시가 깨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릇들이 와장창 거리며 안녕을 고했다. 어쩌다 선반에서 이것저것 떨어지는데 잡는다고 잡았지만, 깨진 접시와 컵, 그리고 유리병과 마주해야 했다.


요즘 왜 이렇게 clumsy하지? 난 왜 clumsy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 에휴... 서로 다른 언어의 혼용은 그렇다 쳐도 몸이 저지르는 실수는 뒤처리를 해야 해서 참 귀찮다. 피곤한데 뒤처리가 귀찮으면 화가 나는 것 같다. 상황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 화를 실어 나를까 조심스럽다. 잠시 혼자 방에 가서 심호흡을 하고 와서 현장을 수습하곤 하는데... 제발 당분간이라도 뒤처리 없는 날들이 지속되길 소망해본다.


시금치 나물이 맛있게 무쳐져서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남아있는 시금치는 도대체 머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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