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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19. 2021

어쩌다 코로나 검사

코로나 검사보다 고통스러운 아이의 비명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1. 4. 28, 코로나 검사받던 날


일요일, 접시에 발아시키던 깻잎 싹을 화분에 옮기고자 발코니에 사부작사부작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4월 말이지만 상당히 쌀쌀한 날이었다. 엄마를 따라 발코니에서 놀겠다는 딸에게 옷을 잘 챙겨 입으라 했지만, 깻잎 싹에 정신이 팔려 딸을 살피지 않았다. 옷을 잘 갖춰 입지 않고 발코니에서 놀아서일까? 딸은 월요일 감기 증상을 보였다. 그가 감기는 바이러스에 노출돼서 걸리는 거라 옷차림 탓이 아니라 했지만, 몸이 추우면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워지는 건 왜 고려하지 않는지...


딸은 평소와 다름없이 잘 놀았다. 열이 나지 않았기에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어린이집에 보냈을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딸은 집에 머물렀다. 딸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져서일까? 화요일,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몸이 지치면 며칠 따끔거리다가 회복되기도 해서 하루를 기다려봤지만,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아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했다. 코로나 증상이 감기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온라인 코로나 자가 평가에서 목이 아픈 것만으로도 코로나 검사를 예약하라는 안내가 떴다.


수요일 당일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예약을 하고 검사소로 향했다. 목이 아픈 것을 제외하고 아직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기에 자전거를 이용했다. 핀란드 거주 여부와 최근 2주간의 해외여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고 검사소 내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곤 다소 고통스러운 검체 채취가 이루어졌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견딜만했다. 그러나, 검사소에 머무는 내내 어린아이의 비명을 들어야 했다. 세 살이나 네 살 정도의 아이의 목소리 같았는데, 그 아이에게는 검체 채취가 매우 고통스러운 듯했다. 내 아이가 아니었고, 보지도 못했지만, 아이의 비명은 내 마음을 콕콕 찔렀다. 


가족 중 여러 명이 동시에 아플 경우 한 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오면 다른 가족들은 코로나 검사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되기에 내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딸은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어린아이의 비명에 딸에게 감기가 옮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체 채취 12시간이 지난 후인 밤 10시가 돼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의 울렁거렸다.


독한 감기는 아니었지만, 쉬운 감기도 아니었다. 감기를 짧고 가볍게 앓고 난 딸과 딸리 나는 상당한 기간 동안 좀비처럼 지내야 했다. 코로나 검사 덕에 적어도 코로나는 아니라는 확신을 위안 삼아 2주가 넘는 기간을 버텼다. 예전엔 독한 감기가 걸려도 무시하고 일상을 보냈는데... 이제는 힘에 부친다. 그래도 무탈하게 감기로 끝났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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