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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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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4. 2019

화내기 전,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생각해봐요, 에너지를 아껴요~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를 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본다는 개뿔! 나는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의 소유자가 절대 아니다. 20대의 나는 화가 나면 온몸으로 화를 냈다. 마음 가는 데로 하지 않으면, 속이 새까맣게 타버릴 것 같아, 화를 불같이 냈다. 그 넘치는 에너지를 조금 아껴뒀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활력이 넘칠까?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평생 가도 모를 일이다.


느낌대로 살아가던 나는 어느새 조금씩 조금씩 신중하게 변해갔다는 예의 차린 표현이고, 엄청나게 계산적이 되었다.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화를 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굳이 화를 내려하지 않는다. 왜냐고? 화를 내면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안 그래도 늘 지치고 피곤한데, 굳이 불필요한 화에 에너지를 낭비하면,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쓸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진다. 어린 시절이야 화를 내도 끊임없이 채워지는 에너지가 있었기에 느낌대로 살아갔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심술궂은 핀란드 노인과의 만남:

그 노인이 부끄러웠던 핀란드 청년


벌써 몇 년 전의 일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멋쟁이 아들이 아직 유모차를 타던 시절, 트램의 문 근처 유모차 공간에 유모차를 세워놓고 바로 옆에 앉았다. 어느 노인이 타더니, 일어나라고 손가락을 까딱인다. 우리 바로 뒤에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데도 유모차 옆에 붙어 앉은 내게 상당히 무례한 방법으로 양보를 강요한다. 타고난 성격이 불 같은지라 순간 짜증이 화르륵 불타올랐지만, 멋쟁이에게 별일 아닌 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자리를 양보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청년이 노인의 말도 안 되는 태도를 참지 못하고, 그 노인에게 다른데도 자리가 많은데 무슨 심술이냐고 아이 옆에 애 엄마가 앉을 수 있도록 다른 자리로 가라고 말했다. 그 노인은 청년의 나무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뜰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하긴 창피해서 자리를 옮길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겠지. 나는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청년을 말렸다. 쓸데없는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세상 어딜 가나 자신의 불쾌함을 풀기 위해 타인에게 심술을 부리는 못난 사람은 널렸다고... 그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지금 끄적여 본다.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 덕에 세상은 살만하다고!


헬싱키의 트램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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