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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11. 2022

딸아, 너의 재능이 어디서 왔을까?

엄마 한 스푼, 아빠 한 스푼, 합쳐서 두 스푼, 그게 너야!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2. 2. 8


이재 저래 분주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그가 불렀다. 딸과 체스를 공부하던 그가 딸이 엄마와 체스를 두고 싶어 한다 했다. 하던 일에 흐름이 끊겨 유쾌하진 않았지만, 엄마로서 딸에게 시간을 내줘야 하니 그와 딸이 있는 소파로 향했다.


딸은 무척 신나 있었다. 나와 체스를 겨루지도 않았는데, 벌서 이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아들과 처음 체스를 두었을 때 기억이 스치면서 짜증이 몰려왔다. 지금은 체스로 아들을 이길 수 없지만, 아들과의 첫 체스 대결에선 내가 아주 손쉽게 승자가 되었다. 아들은 자신의 패배가 억울한 듯 울었다. 마치 이길 줄 알았는데 졌다는 듯이...


그에게 아들과의 첫 체스 대결을 상기시키며, 벌써 이겼다는 딸의 태도가 불쾌하다고 했다. 평소 아이들이 보는 내 모습은 체스와는 담쌓고 지내고, 요리하고, 게임하고, 드라마 보는 게 대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며 그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충 맞는 말이기에 더 이상의 논쟁은 하지 않았다.


딸에게 엄마가 체스를 못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나의 승부욕을 고취시켰다. 그러나, 대체로 급하게 체스를 두느라 실수를 범하는 습관이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다행히도 딸은 내 실수를 알아채지 못했고 손쉽게 딸을 이겼다. 


너무 쉽게 지자 딸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빠에게 항변했다. 핀란드 말로 조용히 투덜대서 알아듣지 못했지만, 결국 엄마와의 경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판도 평소 체스를 거의 두진 않지만 이래저래 적당한 재능과 지식이 있는 내가 아직은 체스를 다 이해하지 못한 딸을 쉽게 이겼다.


당연히 이길 거라는 딸의 표정 때문이었을까? 딸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마음에 상당히 기뻤다. 평소 같으면 특히 자식에게는 이기든 지든 크게 개의치 않는데... 승리를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에 약이 올랐는지 딸은 무척 억울해하며 울었다. 


우는 딸을 달래며 '너의 재능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딸의 다양한 재능은 당연히 엄마나 아빠한테서 받은 것이며, 특히 체스는 엄마와 아빠에게 적당히 나눠 받은 재능이라는 대답도 덧붙였다. 엄마가 체스를 즐기지 않아서 그렇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낮에는 아들 한글 공부를 봐주다 한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아들에게 한자로 이름을 써줬는데, 아들의 놀라는 반응에 마음이 좀 쓰렸다. 머랄까? 엄마가 이런 것도 알아하는 반응이랄까? 아들이나 딸이나 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는 인상에 마음이 착잡하다. 나는 어쩌다 아이들에게 지적인 면에서 작아 보이는 엄마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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