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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23. 2022

글 쉽게 잘 쓰는 사람이 부러운 날

부러움의 바람이 불던 날...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2. 2. 22


같이 수업을 듣고, 같은 그룹에서 함께 과제를 하던 그녀는 우리가 함께 펼쳐놓은 생각들을 잘 정리해 깔끔한 글로 남기는 재주가 뛰어났다.


어쩌다 보니 누구나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Open University의 Basic of Service Design 수업을 듣고 있다. 석사학위 논문을 쓰느라 휘리릭 훑어보았던 분야라 기초 수업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백수로 오랜 시간을 지냈으니 이런저런 의미로 몸풀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에 수강 신청을 했다. 그러나 수업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매주 수요일 저녁, 2시간의 수업이 정신없이 지나고 나면, 내 손엔 읽을거리와 함께 과제가 놓여 있었다. 어디다 쓸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3학점을 얻기 위해 수업 16시간을 포함, 그룹과제와 개인과제를 위해 총 54시간이 요구된다는 수업 소개가 거짓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계속 신경 쓰지만, 딴짓에 열정을 쏟으며 정작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나의 오랜 나쁜 습관이 자연스레 존재를 뽐냈다. 다행히 남에게 민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습관이 나의 주의를 끌며 그룹과제에서 내 몫을 하도록 독려했다. 영어가 서툴다며 한발 물러선 듯 보였던 팀원 1은 내가 과제에 손대기 전에 나름 자기 몫을 했고, 팀원 2와 내가 과제를 정리 제출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주로 회의를 이끌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켰다. 과제가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고 나면 팀원 2가 과제에 대한 글을 깔끔하게 써써 과제를 제출했다. 


지난주는 이전과 달리 토요일에 4시간짜리 워크숍을 했다. 워크숍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지만, 팀원 2가 네팔에 있던 관계로 중간에 연결이 끊겨, 팀원 2 없이 나와 팀원 1이 워크숍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상황상 워크숍 보고서를 혼자 써야 할 것 같았다. 주말을 아이들과 정신없이 보내고, 월요일에 워크숍 동안 쓰기 시작한 보고서를 마무리하려 했다. 보고서에 무엇을 써야 할지 확실했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결론을 써야 하는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지면서 막혔다. 결국 하루를 넘겨 보고서를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는 동안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되고 군더더기들은 떨어져 나갈 테니 보고서 마무리가 쉬어지리라 생각했다.


화요일 느지막이 과제를 하려 펼쳤을 땐 팀원 2가 이미 보고서를 깔끔하게 마무리해놓았다. 무엇을 쓸지 다 준비되어 있어도 나는 글 쓰는 게 쉽지 않던데, 팀원 2는 막힘없이 빠르고 쉽게 글을 쓰는 것 같아 부러웠다. 우리의 그룹 과제는 항상 그랬다. 팀원 1이 먼저 과제를 펼쳐놓고, 내가 회의를 주도해서 우리의 생각을 모아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녀가 매끈하게 마무리를 했다. 몇몇 과제를 같이 하는 동안, 나는 팀원 2의 글쓰기 솜씨를 대놓고 부러워했고, 그녀는 자신이 언론 전공이고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녀가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어떤 식으로 쉽게 풀어쓰는지 목도한 경험이 내겐 값진 배움일 것이다. 


좌우지간 그녀의 글쓰기 재능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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