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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31. 2022

오래전 마주쳤던 휠체어를 탄 남성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떠오른 생각 하나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시위가 뉴스를 장식할 때마다 20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나는 늦지 않게 서두르며 남부터미널 지하철 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어! 어! 어!'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도움을 청하는 소리로 들려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거기엔 휠체어를 탄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무언가를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남성은 언어 장애가 있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짓으로 의사표현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휠체어를 탄 남성 앞에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 옆에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를 카르키며 소리치고 있었다. 정황상 계단을 오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돌아보니 모두가 바쁜 듯 그 남성을 스쳐가고 있었다. 일단 그에게 다가가 도와주겠다고 하고 그의 손짓을 이해하려 애썼다. 역무원 호출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지하철역 창구를 찾아 사정을 설명하고 역무원을 데리고 왔다.


역무원은 능숙하게 리프트를 작동시켰다. 곧이어 휠체어를 탄 남성이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를 도우느라 지체한 친구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약속 장소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역무원이 내게 일행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 기억이 여전히 가끔 씁쓸하게 떠오르곤 한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동행이 있어야 된다는 뉘앙스의 질문 아닌 질문... 마치 역무원이 내게 은혜를 베풀어줬고 내가 고마워해야 할 것 같은 말투랄까? 시간에 살짝 쫓기고 있었기에 그저 아뇨라고 답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냥 쉽게 잊었을 순간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왤까? 난 그때 왜 역무원의 질문에 불쾌했을까? 역무원은 별다른 의미 없이 일행이냐고 물었는데, 내가 오해를 한 걸까? 그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물었을까? 관리 미흡으로 역무원 호출이 되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소리 지르던 휠체어를 탄 남성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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