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얇아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다닐 학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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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녀온 아들이 친구네 집에 다녀와도 되는지를 물었다. 숙제가 없다 해서 흔쾌히 허락했다. 아들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 집에 놀러 가도 되는지를 물었다. 전화통화에서 얼핏 들린 '영어'라는 단어가 내 뇌리에 박혔다. 친구는 영어수업이 있어서 아들과 함께 놀 수 없었다. 영어수업이라... 핀란드에서 학교가 끝난 후 예체능 관련 학원이나 활동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공부 관련 학원을 다닌다는 이야기는 첨 들었다. 학원이 아니고 과외 일려나?
갑작스레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차분히 따져봤다. 아들도 공부 관련 학원을 다녀야 하나? 그런데 어떤 과목? 굳이 배우자면 핀란드어인데, 아들에게 맞는 학원 따윈 없을 텐데... 과외도 애매할 테고... 그와 학원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일단 수학은 워낙 뛰어나기에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 없다. 중학교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클럽활동이 있는 것 같던데, 그건 그때 가서 알아볼 일이다.
영어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잘하는 편인 데다가 집에서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환경이다. 그와 내가 영어로 대화하는 데다가, 아들이 나와 대화할 때도 한국어보다 영어를 편하게 여겨 영어로 대화할 때가 종종 있다. 게다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동생 덕에 둘이 영어로 대화할 때가 많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그가 가끔 80년대 팝송으로 아들의 영어 발음 교정, 단어 공부 및 그 시대의 음악에 대한 식견을 넓혀주고 있다. 내가 어쩌다 도서관 빌려다 준 책 'The Land of Stories'에 빠져 현재 시리즈의 마지막인 6권을 읽고 있다. 핀란드 번역본이 없어서 혹시나 하며 아들에게 영어 원서를 들이밀었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영어 말하기, 듣기, 읽기, 게다가 학교에서의 영어 교육까지 아들은 영어에 대해 굳이 무언가를 더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고 보니 매주 한편 이상 보는 영화도 대체로 영어가 주다.
결국 아쉬운 핀란드어에 대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을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책을 많이 읽도록 격려해주는 게 유일한 답이었다. 그냥 지금 읽고 있는 'The Land of Stories'가 끝나면 한동안 핀란드어로 된 책들을 아들에게 슬며시 밀어놓는 게 최선일뿐... 그에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은 내가 할 테니 아들이 읽을만한 책의 제목을 알려달라 했고, 아들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내용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해달라 했다. 결론은 일단 다니는 체스 클럽이나 계속 다니는 걸로... 학원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