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신났을 것 같은데, 별말 없이 재미있었다고만 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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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밤을 보냈다. 학교 측은 당연히 미리 부모의 동의를 구했다. 수요일 (18일) 당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고 하교해서 오후 6시까지 다시 등교, 하룻밤을 지내고 목요일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세 개의 반이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라 세명의 담임선생님과, 한 명의 보조 선생님이 인솔자로 나섰다. 추가적으로 수요일 밤을 학교에서 보내는 대신 금요일 수업이 없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 참여는 자율이었기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은 금요일에 정상적으로 등교해서 다른 반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안내 메일에서 먼 훗날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을 거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학교로 향하기 전 안내대로 이른 저녁을 먹은 아들은 간식으로 스낵바와 물을, 수면을 위해 짐 매트, 슬리핑백, 에어베개와 잠옷을, 청결함을 위해 샤워젤, 타월과 갈아입을 옷을, 건강한 치아를 위해 칫솔과 치약을 챙겼다. 안내서에 의하면 오후 6시에 교실에서부터 체육관과 다른 학교 시설물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우나의 나라답게 학교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하는 일정도 있었다. 일과를 정리하고 취침에 들어가기 전 학교에서 자기 싫은 학생들은 저녁 9시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늦은 시간인만큼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와야 했다. 또한 미리 안내된 규칙을 어긴 학생이 있다면 바로 부모에게 연락해 학생을 데리고 가도록 강제되었다. 미리 제시된 일과표에 의하면 저녁 9시 30분에 간식을 챙겨 먹고, 10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8시 15분에 아침을 먹고, 정상적인 학교 일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과 아침에 일어났을 시간 즈음 아들은 그에게 잘 있다는 간략한 문자를 보냈다. 아마도 선생님이 시켜서 한 일일 것이다. 엄마에게 문자 하나 안 보내는 쿨한 녀석...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서운하다 했지만, 아들은 생각이 안 났다며 겸연쩍게 웃어넘겼다. 예상대로 학교에서 하룻밤을 어찌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다. 혼자 호기심이 폭발해 아들에게 캐물어서 그나마 알게 된 정보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 (무슨 놀인지 모르겠음)를 했고, 학교 내에서 숨바꼭질도 했는데 재미 었었다였다. 잠은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서로 다른 반에서 잤고, 아무도 중간에 학교를 떠나지 않고 모두가 학교에서 밤을 보냈다고 했다.
난 학교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던가? 그는? 둘 다 없다는 대답이 바로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난 대학 때 기숙사 생활하느라 학교에서 살았다. 강의실에서 밤새 작업도 하고 잠도 잔적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아들처럼 무두가 모여 대놓고 논 적은 없지 않나? 마음 맞는 친구들이 모여 논적은 있어도... 아들이 좋은 추억을 쌓아가는 게 좋다. 아들이 학교에서 신나는 밤을 지내는 동안 우리는 믿지 못할 평화를 경험했다. 딸은 소파에서 조용히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고, 그와 나는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이 하나와 둘의 차이가 이렇게 컸던가? 두 아이의 투닥거림이 없어지자 온 집안이 조용했다. 가끔은 이런 조용함을 경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두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조용함이 가져오는 안정보다 더 좋으니, 매일 이런 날이 지속되는 것은 좀 저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