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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y 30. 2022

아들의 작은 실수

게임 삼매경에 빠져 소변이 나오든 말든~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2. 5. 30



지난 금요일에...


장을 보고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아들의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오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친구네 놀러 갔나? 그에게 아들의 행방을 묻자 아들에게 작은 사고가 있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들은 친구와 포켓몬 게임 이야기에 빠져버렸다. 소변이 급하다는 것도 잠시 잊은 채 대화에 빠진 아들이라 참 아들답다 싶었다. 아들은 급히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만 늦었다. 


그가 아들을 맞이했을 땐 이미 옷과 신발이 젖어있었다. 아들의 뒤처리를 돕고 신발을 빨아서(물로만 헹구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욕실 라디에이터에 걸쳐놓았다. 빨래는 헹구지도 않은 채 세탁기 안에 고이 넣어놓았다. 혼자 다 하기엔 지쳤던 걸까? 억울했던 걸까? 아니 일하던 중이니까 이해해줘야지!


이미 아빠에게 한소리 들었을 아들에게 굳이 내가 머라 해봐야라는 생각에 아들을 불러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라 하고선 꼭 안아주었다.



어제 일요일에...


아들의 실수를 먼 훗날 깔깔 거리며 웃을 수 있게 기억하고 싶어 글을 남기자 했지만, 주말이라는 핑계로 미루고 미뤘다. 위장 장애 탓에 저녁을 일찍 먹은 나를 제외한 가족이 저녁을 먹는 동안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고 문득 아들의 작은 사고가 떠올랐다. 왠지 아주 오래된 일로 느껴져서 그에게 확인차 물었다.


"아들이 실수한 게 지난 금요일 맞지?"


일은 무슨 일, 별일 없었다고 그가 얼버무리는데, 아차 싶었다. 동생이 놀릴까 봐 그가 능청스럽게 딴청을 폈다. 상당히 둔한 사람 같다가도 의외로 센스 넘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그... 좋겠다~ 아들! 멋진 아빠가 있어서... 덕분에 나도 실수를 얼렁뚱땅 지나칠 수 있었다.

 


예전에도..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젠 오래돼서 언제였던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딸이 아기였을 때다. 아들이 유치원생 되기 전이다. 아마 만으로 4살이나 5살 때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엥그리버드 게임이지 않았을까? 게임에 푹 빠진 아들은 화장실 가는 타이밍을 놓쳤다. 앉아 있던 나무 의자에 그대로 볼일을 보며 마우스를 손에 쥔 채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게임을 계속하며 다급하게 엄마만 여러 번 외쳤다. 그 어이없던 상황에 나는 아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살아가야 하니까, 제일 중요한 게 먹고 자고 싸고니까, 그것들을 다른 핑계로 절대 미루지 말라며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 후론 그러지 않았는데, 곧 있으면 초등학교 5학년인데... 가끔 그때 일을 이야기하면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배꼽 잡고 웃는 아들인데, 지난 금요일의 사건도 나중에 배꼽 잡고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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