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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Jun 03. 2022

밥 안 준다는 스웨덴 옆 나라, 핀란드

핀란드가 예전에 스웨덴의 일부였지. 그래서 좀 비슷하지 않을까?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우리 집은 밥 준다.


친구를 초대했는데 밥을 안 준다? 음 밥을 준다고 한 게 아니라면 안 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난 핀란드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그러나 우리 집은 미리 밥에 대한 언질을 하지 않았더라도 밥시간이 되면 밥을 준다. 낮에 놀자고 초대했는데, 어쩌다 보니 저녁시간이 돼서 밥 먹고 가라니까 당황스러워하며 밥 얻어먹고 간 친구 가족이 있다. 그래도 되냐고 재차 확인하고 집에 가서 밥 챙기는 거보다 편하니까 먹고 갔다. 나야 한국 사람이니까 그렇다 쳐도 핀란드 사람인 그도 밥을 준다. 그래서 친구를 저녁때 즈음(오후 4시 이후의 초대) 초대하면 우린 당연히 저녁식사 초대라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저녁식사를 딱히 언급하지 않았는지 약속에 잘 늦는 친구네가 저녁 먹느라 늦었다며 늦게 왔다. 습관처럼 늦나 보다 하고 기다리던 우리는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오후 두시쯤 초대하면 식사가 아닌 다과만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안 줄 수도 있다.


계속 생각하다 보니 밥을 안 줄 수도 있는 경우가 생각났다. 아들의 친구가 사전에 조율 없이 놀러 왔다면 밥시간이 되면 아들을 불러 친구를 보내라고 압박을 해서 아들의 친구가 떠난 뒤 밥을 먹을 것 같다. 아들 친구는 자기 집에 가서 준비된 밥을 먹으면 된다. 사실 아들 친구가 놀러 오면 간식 챙겨주기도 애매하다. 다양한 음식 알레르기와 저마다의 이유로 채식주의 같은 특별한 식단을 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존재하기에 이런 거 먹어도 되냐고 먼저 물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되지 않은 음식 제공은 꺼려진다.



알레르기 탓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식재료에 대한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탓에 생일파티나 식사 초대를 하게 되면 가리는 음식을 미리 알려달라고 하게 된다. 알레르기 문제로 아이 생일에 학교나 어린이집에 들려 보내는 달달한 것들은 재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만 보내야 한다. 집에서 정성스레 만든 음식 따윈 보내면 안 된다. 성인의 경우는 분별력이 있으니까 집에서 만든 케이크를 직장에서 나눠먹어도 된다. 단,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이를 불쾌하게 여겨선 안 된다. 나는 출산 휴가 전 동료들에게 직접 구운 치즈케이크를 돌렸는데 재료 공지와 함께 알레르기가 있는 동료를 위해 락토프리, 글루텐프리 디저트를 따로 구매했다.



공상과학영화 같이 보는 내 친구들


코로나 이전에 나 포함 친구 셋이서 딩크인 친구네 집에서 한 달에 한번 영화를 같이 봤다. 저녁 6시에 모이는데, 내가 없으면 순수하게 영화만 본다. 초대하는 친구가 가끔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늘 그러진 않는다. 아마 내가 늘 무언가를 들고 가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주로 와인 한 병과 케이크를 들고 갔던 거 같은데 코로나 탓에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곧 다시 모임을 시작할 것 같은데 그들은 여전할 것이다. 원래 먹거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친구들이라 그러려니 한다. 아마도 알아서 먼저 무얼 먹거나 늦은 저녁을 먹는 거 같다. 우리가 떠날 때 즈음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는 걸 봤는데 저녁 먹고 가라고 권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 이야기를 그에게 했는데 어찌 그리 박하냐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내가 매번 장소 제공하는데 먹을 거까지 준비하면 서로가 불편해질 거라며 불만 없다는 반응을 했다. 영화 보자고 만났으니 영화만 보면 되지 이래저래 하다 보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돼서 평일인데 다음날이 부담스럽다. 코로나의 부담으로 자주 못 본 것처럼 부담이 커지면 만나는 게 꺼려질 것 같다.



그와 그의 친구


그와 그의 친구는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애매하게 같이 시간을 보낸다. 일도 같이 하고 놀기도 같이 놀아서 그럴 것이다. 게다가 같이 논걸 나중에 자료로 활용해서 학술지에 논문 게재를 한적도 있다. 여하튼 그래서 2주에 한번 정도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는데 주로 우리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가끔 그가 친구네 집으로 간다. 그는 처음부터 친구에게 점심을 줬다. 그런데 친구는 점심 따윈 주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점심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문제에 대해 내게 약간의 불만을 토로했을 뿐, 절대 친구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친구는 우리 집에 올 때 처음에는 빈손으로 터덜터덜 와서 다 얻어먹고 가다가, 맥주만 사 가지고 오다가, 군것질 거리까지 사 오는 정도로 발전했다. 이때 나는 대체로 내 점심만 챙긴다. 내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거니와 채식주의자인 그에 맞춰 밥을 먹기 싫은 탓이다. 게다가 1시나 2시쯤 점심을 먹는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면 배가 고프다 못해 화가 날 수도 있다. 그와 친구의 점심은 그가 채식 정크푸드로 알아서 챙긴다.



캠핑장에 갔는데 빈손으로 갔다.


아주 오래전에 일이다. 저 북쪽에 위치한 쏘단뀰라에서 열리는 미드나잇 선 필름 페스티벌에 친구들과 함께 갔다. 며칠간 캠핑장에서 텐트 치고 지내기로 했는데 아무도 먹거리를 챙겨가지 않았다. 캠핑장에서 주변을 둘러봐도 먹을걸 바리바리 챙겨 온 사람은 드물었다. 대체로 그때그때 캠핑장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한 끼 때울 거리를 사다 먹는 분위기였다. 캠핑장 한쪽에 모닥불 피우는 곳에서 조금 굵은 소시지를 구워 먹는 게 가장 인기 있는 한 끼 식사처럼 보였다. 나와 친구들도 다른 이들처럼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건너뛰곤 했다.



조금 다른 문화, 먹는 게 뒷전이다.


점심시간이라 하면 보통 12시에서 1시를 생각하는 한국과 달리 핀란드의 점심시간은 대체로 11시에서 2시 사이다. 3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쓴다는 의미가 아니고 제각각 편한 시간에 재빨리 점심만 챙겨 먹는다. 하루 7시간 반이 일반적인 노동시간인데, 따로 지정된 식사 시간이 없기에 점심시간이 짧으면 그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으니 점심시간을 길게 가지지 않는다. 점심시간의 유연성 탓에 점심 먹을새 없이 일하게 되는 날도 있을 수 있다. 놀랍게도 그는 가끔 점심 먹는 걸 잊어버린다.


외식비용의 부담 때문지 아님 같이 식사를 하는 거 자체가 부담인지 사람을 만날 때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는 쪽을 선호한다.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났는데 5시에서 7시 사이에 술 한잔하자는 계획이었다. 아마 모두들 헤어지고 집에서 가서 밥 먹으면 되겠다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근 1년 만에 본 데다가 약속을 주도한 친구가 다른 나라로 이사 가는 탓에 조금 더 같이 있자고 하다가 저녁도 먹고 한잔 더 하고 그러다 막차 시간에 맞춰 헤어졌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는데, 이때 배고프다는 친구가 없었으면 술만 마시고 헤어졌을 수도 있다. 비록 모두가 일정보다 더 오래 있었지만, 일정에 따라 7시에 일어선 사람이 있어도 아무도 머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속을 정할 때 일정이 끝나는 시간을 정하는 경우가 많고 식사 약속을 제외하곤 끝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2시간 이상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전반적으로 먹는 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아이들은 예외로 식사 3끼에 간식 2끼를 포함하여 하루 5끼를 먹으라고 권장한다. 취학 전 발달 체크를 할 때마다 식사에 대해 확인한다. 초등학교 상담시간에도 밥 잘 챙겨 먹는지를 확인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될 때 밥 챙기기 애매한 가정을 위해 신청자에 한해 일주일에 2번 학교에서 점심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헬싱키는 매 여름마다 지정된 놀이터에서 중학생까지의 어린이들에게 점심을 나눠준다. 예전에 핀란드가 가난할 때 아이들에게 한 끼라도 제대로 먹게 하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전통이다. 일하는 부모가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 점심을 챙기기 어려울 수 있으니, 아이들이 부담 없이 놀이터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이때 취학 전 아동과 함께 온 부모는 아이의 점심만 챙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밥 먹는데 부모가 빤히 쳐다만 보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은 점심을 건너뛰는 걸까? 아님 나중에 먹는 걸까? 난 내 점심만 챙겨가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거나 나중에 집에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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