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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Jun 03. 2022

핀란드 유치원 졸업식

내일이 유치원 마지막 날이지만 유치원 졸업식은 편하게 오늘 합니다.

배경 이미지 출처: 내 모바일 갤러리

딸의 유치원 봄 파티 풍경으로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사람들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사진으로 골랐다.



2022. 6. 2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 봄 파티가 있었다. 코로나로 한동안 없었던 학부모 참여행사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이맘때 근처 섬으로 봄소풍을 갔었다. 어린이집에서 2km 좀 넘는 거리에 있는 섬 (Lammassaari)은 습지 위에 나무판 깔아 만든 산책로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봄소풍 대신 봄 파티라, 아마도 오랜만에 열린 가족 참여행사라 유치원 졸업식이 주를 이루는 봄소풍과 어린이집 발표회가 주인 크리스마스 파티를 합친 봄 파티가 열린 것 같다. 올해는 유독 날씨도 별로여서 소풍 가기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자매 어린이집 강당에서 파티가 열렸다. 게다가 실내에서 행사가 열린 게 다행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비가 왔다.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규모가 작아서 가족 참여행사를 열 공간이 없다.


서투른 아이들의 발표회는 아이들이라 그저 한 없이 사랑스러웠다. 발표회 중간에 학부모까지 다 같이 노래하는 순서가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9개의 다양한 언어로 "하나, 둘, 셋, 안녕, 안녕, 안녕"을 노래했다. 딸이 숫자 세는 걸 잘못 알려줬는지 모두가 "하나, 두 개, 세 개"라 노래할 땐 좀 당황스러웠다. 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 늘 그렇듯이 어린아이 한두 명은 대성통곡을 하며 부모 곁으로 갔다. 어린이집 발표회가 끝나자 유치원생들과 그 가족들을 제외한 어린이집 아이들과 가족들은 먼저 강당 옆에 마련된 다과를 즐기러 갔다. 유치원생들과 가족들만 따로 남아 유치원생 한 명씩 졸업장을 받는 것을 지켜봤다. 핀란드답게 원장 선생님의 훈화 따윈 없었다.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기, 인도네시아어도 있어야 하는데, 깜빡했나 보다


졸업장 앞면은 평범하게 딸이 유치원 과정을 잘 이수했다는 내용이었다. 뒷면은 딸의 강점에 대해 언급되어있었다. 추측건대, 유치원에서 강조하며 지도하는 덕목들이 나열되어있고 그중 딸의 강점을 두 개 고른 듯했다. 딸의 첫 번째 강점은 창의성이었고, 두 번째는 열정이었다. 목록에는 우정, 끈기, 창의성, 동정심, 용기, 유머 감각, 팀워크 기술, 호기심, 열정, 사회 지능, 희망, 자신의 의견 말하기, 애정, 정직, 리더십, 배움의 기쁨, 공정함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들의 유치원 졸업장과는 좀 다른 것 같다.


Friendliness, Persistence, Creativity, Compassion, Bravery, Sense of Humor, Teamwork Skill, Curiosity, Enthusiasm, Social Intelligence, Hopefulness, Voicing Your Own Opinion, Love, Honesty, Leadership, Joy of Learning, Fairness


딸의 유치원 졸업장


아이러니하게도 졸업장은 받았지만, 유치원 마지막 날은 내일이다. 금요일보단 목요일이 참석하기 편해서 미리 졸업장을 나눠준 것 같다. 유치원은 끝나지만, 딸은 핀란드 하지(6월 25일) 전날까지 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같이 있기에 딸에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나절의 유치원 의무교육으로 적용된 할인이 유치원 교육이 끝남과 동시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전처럼 할인 없이 어린이집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딸은 졸업 선물로 현금 5유로와 여행용 체스 세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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