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Jan 31. 2023

공감하기, 만약 나라면...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친구 A가 전남편을 돌본 사연


덴마크 출장 중이었던 친구 A는 네덜란드 병원에서 전남편이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A의 전남편이 긴급연락망에 A를 2순위로 올려놨던 탓이었다. 1순위였던 친구가 때마침 번아웃으로 A의 전남편의 상황에 대처할 여유가 없어 2순위인 A에게 연락이 간 것이었다.


번아웃이라고 긴급연락망 1순위가 대응을 거부한 것도 고개가 조금 갸웃한 상황이지만, 부모가 두 분 다 멀쩡히 살아있는 A의 전남편의 긴급연락망엔 부모가 없다는 것이 더욱 의아했다. A는 아마도 전남편이 아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자기 이야기만 떠들게 뻔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부모를 긴급연락망에 넣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덴마크에 있던 A는 비행기 일정을 바꿀 수 없어 헬싱키로 돌아왔다가 네덜란드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 이랬던가! 네덜란드에 눈이 내렸고, 영상과 영하를 왔다 갔다 하던 기온에 길은 빙판길로 변했다. 평소 눈이 잘 내리지 않던 탓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빙판길 운전미숙으로 도로가 거의 마비되었다. 차로 1시간이면 갈 거리가 5시간이 걸렸다.


A의 전남편은 몸이 좋지 않아 제 발로 응급실에 갔다. 검사결과 간의 염증수치가 높게 나왔다. 그러나 병원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진통제를 주며 죽을 거 같으면 다시 오라며 그를 돌려보냈다. (이놈의 유럽!) 집에 돌아와 진통제로 버티던 A의 전남편은 결국 열이 40도까지 올라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상황이 심각했던지 병원은 A에게 연락을 취했다.


죽음의 문턱을 구경하고 온 탓일까? A의 전남편이 자신이 A에게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들을 사과했다. A가 위급상황의 자신을 보러 와준 것에 감동하며 고마워했다. A는 네덜란드에 며칠간 머물며 전남편을 돌봤다. 



공감, 만약 나라면...


친구 A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단번에 거길 왜 가냐는 말이 튀어나왔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A의 전남편에게 A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연이어 나 같으면 안 갔을 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오다 말았다. 바로 말을 바꾸어 나 같아도 갔을 것 같다며 A에게 나의 섣부른 판단을 사과했다. 만약에 A의 전남편이 최악의 상황을 마주 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자, 오랫동안 쓸데없는 여운에 시달리는 거 보단 잠깐의 불편함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 사고 소식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아파했다. 물론 반사적으로 '놀러 다니느라...'라고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아이를 보낸 부모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스무 살의 나를 떠올렸다. 이런저런 사고들이 있었지만, 운이 좋아 아직도 잘 살고 있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것은 쉬운 것 같다가도 어렵다. 살아온 경험과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라 그럴 것이다. 그래도 말을 뱉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굳이 상처만 더할 불필요한 말들을 줄이게 되지 않을까? 공감능력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데, 정작 이를 키워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노력은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사사로운 이익 추구를 위해 잘못된 여론을 부추겨 사회를 더 각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나부터라도 '만약 나라면...'을 되뇌는 노력을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시금치! 그리고 아침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