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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30. 2022

안녕? 시금치! 그리고 아침일상

매일 비슷한 아침풍경 속에서 시금치나물이 이렇게 반가울 수도!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2. 12. 29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 안녕? 시금치!


아침 준비를 하며 냉장고를 둘러봤다. 어떤 음식이 있는지 대충 알겠는데 의문의 작은 그릇이 눈에 띄었다. 머지? 꺼내보니 전날 무쳐놓은 시금치나물이 담겨있다. '안녕? 시금치!' 시금치 나물이 이렇게 반가울 수 있을까? 음식에 관해선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시금치 나물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있는 줄 모르다가 발견한 기쁨이었을까? 아이들의 할머니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시금치나물을 한동안 먹지 않아서였을까? 그가 어젯밤 간식으로 퍼먹는 것 같았는데도 여전히 남아서 기뻤던 걸까? 시금치가 반가워서 시금치에게 마음속으로 인사까지 건넸다. 이런 게 소확행이겠지? 시금치와 아침,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내겐 최고의 조합이 된 하루였다.




매일 비슷한 우리 집 아침풍경


딸은 치즈를 얹은 오트밀에, 아들은 치즈를 얹고 마가린을 바른 빵에 계란말이, 오이, 방울토마토를 나는 채 썰어서 익힌 양배추, 밥, 계란프라이, 고기, 버섯볶음을 소스 없이 비벼서 먹는다. 그는 호밀빵에 마가린을 발라서 치즈, 얇게 썬 삶은 계란, 러시아식 피클, 파프리카를 올린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핫플레이트를 켜고 스탠 프라이팬을 예열한다. 그 사이 화장실에 다녀오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다. 딸이 먹을 오트밀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전날 저녁에 전자레인지 돌려놓은 채 썬 양배추가 담겨있는 그룻에 밥을 담는다. 예열된 스탠 프라이팬을 옆으로 뜨겁지 않은 핫플레이트에 살짝 옮겨놓고 핫플레이트를 끈다. 계란 두 개를 깨서 그릇에 담아 소금을 조금 뿌리고 섞는다. 스탠 프라이팬을 다시 뜨거운 핫플레이트에 올리고 계란물을 넣는다. 핫플레이트의 전원은 켜지 않는다.


이때쯤 오트밀이 완성되고, 채 썬 양배추가 있는 그릇에 담은 밥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 바통터치를 한다. 계란을 말고, 오이를 두툼하게 썰어서 5조각, 3조각을 큰 접시와 작은 접시에 놓는다. 익어가는 계란말이를 반으로 자른 뒤 양면이 다 먹음직스럽게 익도록 살펴가며, 내가 먹을 계란프라이를 한다. 잘 익은 계란말이를 준비한 접시에 나눠 담는다. 방울토마토를 2알, 1알씩 올리고 식탁에 놓는다. 이미 완성된 오트밀을 식탁에 놓고, 치즈를 잘게 찢어 오트밀에 올린다. 내가 먹을 계란프라이를 살피며 작은 접시에 놓은 계란말이를 포크로 한입크기로 자른다. 


다 익은 계란프라이를 전제레인지에 데운 밥 위에 올린다. 아들이 먹을 빵을 토스트 해서 마가린을 바른 뒤 치즈 한 장을 올려 준비해놓은 큰 접시에 담는다. 포크도 챙겨놓는다. 이 과정 중간쯤 아이들이 마실 물을 준비한다. 아이들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나의 아침식사 준비를 서두른다. 돼지고기 장조림(장조림보단 주로 볶은 쇠고기가 있다.)과 양송이 볶음을 찾아 밥에 올린다. 그 외에 시금치나물이 있으면 시금치가 상추겉절이를 무치면 상추 겉절이가 추가된다. 밥을 잘 비빈 뒤 식탁에 올리고 아이들을 부른다. 그 소리에 그도 일어나서 아침에 동참하길 바라지만, 굳이 식사하라고 부르진 않는다. 보통 식사속도가 느린 딸이 식사를 마치기 전에 그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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