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보다는 부정승차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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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부정승차가 늘었는지, 헬싱키 지역 교통국(Helsinki Regional Transport Authority)에서 부정승차 방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승차권을 구매해야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며, 검표원에게 최고의 날은 단 한건의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날이라는 캠페인이다. 아쉽게도 노래는 핀란드어 버전만 있지만, 부정승차가 적발되어 과태료(80유로)를 부과받은 사람들의 변명으로 만든 가사는 상당히 흥미롭다.
가사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핑글리쉬이다. 핀란드어를 못 알아듣는 척 하지만 사실 영어랑 핀란드어를 섞어 말하고 있다. "I dount ymmerstand, dount have a lippu." 그 외에는 개와 함께 타느라, 가방 때문에,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토하느라, 급하게 타느라 표를 못 사서, 머 좀 먹느라, 비가 와서 추워서, 운전자가 말하지 않아서, 엄마가 내 교통카드를 가져가서 등이 있다.
가장 처음 경험은 너그러운 검표원 덕에 사실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았다. 학생 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교통카드를 두고 나온 날 때마침 전날 정기권이 끝났다.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학생요금보다 두 배 비싼 성인표를 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검표원과 마주쳤다. 그날은 어쩌다 보니 대중교통도 여러 번 타서 주머니엔 당일 표가 여러 장 있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에 산 표만 없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학생교통카드가 없던 탓에 하루종일 성인요금으로 표를 다 사고는 벌금까지 내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검표원이 내가 안쓰러웠는지 다음부터는 표를 잘 챙기라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당일표 여러 장을 뒤적이며 절망하는 모습의 나를 보고 내가 표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믿어준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교통카드를 집에 두고 온 것을 깜빡했을 때였다. 검표원에게 과태료를 부과받았지만, 다행히도 내 교통카드엔 정기권이 유효했다. 헬싱키 지역 교통국 사무실에 가서 교통카드에 정기권이 유효한 상황이었음을 증명하고 과태료를 취소받았다.
세 번째는 친구들과 수다 떨다가 교통카드로 표를 구매하는 것을 깜빡했을 때였다. 검표원 입장에선 핑계였을 테지만, 난 트램을 타기 전에 잊지 말고 표를 사야 한다고 교통카드까지 꺼내서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도 표 사는 걸 깜빡하고 수다 떠느라 교통카드를 손에 꼭 쥐고만 있었다. 주로 무임승차가 가능한 경우인 유모차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표를 사지 않는 게 습관이 된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함께 수다 떨던 친구들이 나를 변호해 줬지만, 검표원은 단호했다. 어쨌든 내 잘못이라 유모차 덕에 무료로 이용하던 대중교통요금을 한꺼번에 내는 셈 쳤지만, 오히려 함께 있던 친구들이 상당히 미안해했다.
이런저런 경험 탓에 헬싱키 지역 교통국 노래에 열거한 변명 중 급하게 타느라 표를 못 사서는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트램을 타고, 요금을 지불하려는데 교통카드에 잔액이 부족해서 다음 정류장에 내려 표를 사고 다음 트램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때 검표원이 있었다면 영락없이 과태료를 내야 할 상황이었다. 이처럼 사람이니까 의도적이지 않은 실수로 인해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부정승차 방지 캠페인도 좋지만, 정기권을 깜빡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받더라도 취소가 되듯이, 사람의 실수에 대한 배려 또는 실수를 최소화시키는 방안도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