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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14. 2023

성장검사,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새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잘 자라고 있는 아들, 고맙다!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3. 2. 7



핀란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성장검사, 내 어릴 적 신체검사와는 다르다.


코로나의 여파로 학교에 있는 의사로 감당이 안되었나 보다. 사실 무슨 사정인지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의 성장검사를 사립병원 의사에게 받아야 했다. 제때 예약할 수가 없어서 검사 기간을 연장을 받아 예약했다. 느린 듯 형식적인듯한 검사였지만, 의사는 나름 꼼꼼하게 아들의 성장을 확인했다. 안경 착용에 대한 형식적인 대화와 함께, 가족구성에 대한 이야기, 2차 성징에 대한 설명,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은 부담 없이 부모나 학교의 간호사, 의사, 심리상담가에게 하면 된다는 설명, 귀 내부 살펴보기, 기본적인 외형 살펴보기, 허리를 굽혀서 척추의 균형 확인하기, 기본 백신 접종여부 등등이 30여 분간 진행되었다. 감사하게도 무탈하게 잘 크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허리를 굽혔을 때 척추의 균형이 정상범주이긴 하지만, 살짝 오른쪽이 더 올라가 있으니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학교 담당 간호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럴 때 내가 미쳐 신경 쓰지 못한 것까지 세세히 챙기는 핀란드의 사회제도가 고맙게 느껴진다. 아이를 나라와 함께 키우는 느낌이랄까?



일찍 일어나는 새


아들의 성장검사를 마치고 병원을 나와 우린 슈퍼로 향했다. 가볍게 장을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갈 계획이었다. 젤리, 초콜릿, 사탕 등을 원하는 만큼 담아 무게로 가격을 책정하는 코너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름 큼직한 단추 크기정도의 설탕코팅초콜릿을 찾았다. 원하는 걸 못 찾고 헤매고 있는 내게 아들이 빈통을 가리키며 내가 찾는 설탕코팅초콜릿이 다 팔린 것 같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며 내가 한발 늦은 것 같다며 말했다. 아들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아직 이른 시간이니 사실 우리가 늦은 게 아니고, 이 가게가 재고를 채워놓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이 대화는 아들은 영어로 나는 한국어를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The early bird gets the worm.


순간 내 호기심이 발동해, 아들에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다. 아들이 영어로 정확한 표현을 알고 있어서 내심 뿌듯했다. 아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들었다며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발산하고 있었다. 아들은 몸만 잘 크고 있는 게 아니고, 내적으로도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아들에 대한 작지만 행복한 깨달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들이 내게 가져다주는 작은 행복들이 숱하게 많지만, 손에 쥔 모래처럼 스르륵 기억에서 잘도 빠져나간다. 가끔은 그 행복을 박제해서 되돌아보고 싶어 이렇게 기록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아들이 나중에 엄마가 남긴 기록들을 읽는 순간이 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찾던 설탕코팅초콜릿, 출처: https://www.fazer.fi/tuotteet/402192/amerikan-pastilleja-2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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